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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그날의 흔적…내 코는 못 속인다"

수색현장 누비는 '개코형사' 경찰견

체취견, 사람보다 후각 50배 이상 발달

3년차 '미르' 실종자 15명 찾아내며 활약

현재 16마리 활동중…열살 때 은퇴고려

화재현장 투입 등 새 시도 진행중이지만

선진국 비해 경찰견·운영요원 태부족

기여도 높은 만큼 지원 확대 서둘러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최영진 경위(오른쪽)와 경찰견 미르./의정부=송은석기자




안녕? 나는 3년 차 경찰견 ‘미르’라고 해. 전남 강진 실종 여고생과 의정부 노래방 도우미의 시신을 찾은 걸로 유명해. 예민한 코로 냄새를 잘 맡아 나를 체취증거견이라고 하지. 다른 친구들이 10년 동안 실종자 9명을 찾을 때 난 3년 동안 15명이나 찾아냈지. 올해 초 경기도 포천 야산에서 의정부 노래방 도우미를 찾았을 때 1m 깊이에 15㎝가량 얼음이 꽁꽁 얼었던 땅에 묻혀 있던 사람 냄새를 맡아 경찰에 알려줬어. 사람 냄새를 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찾아다니는 건 그냥 뛰어다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어. 그래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돌려보낼 수 있어 보람을 느껴. 가끔 내 핸들러(운영요원)가 보상으로 주는 철갑상어 간식을 먹는 것도 ‘꿀잼’이야. 나는 올해 4살로 한창 일할 때야. 은퇴하기 전까지 열심히 사람을 찾아 훌륭한 ‘개코 형사’가 되고 싶어.

범죄·사건 수사 현장에서 경찰견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중에서도 사람 냄새를 맡도록 전문적으로 훈련된 체취견은 탁월한 후각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경찰 수십명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수사 도우미’로서의 성과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경찰견의 도입·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취견은 대부분 수컷…열 살 되면 은퇴 고려=실종된 사람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찰 혼자서 광범위한 지역을 샅샅이 뒤지려면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체취견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뛰어난 후각과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험한 산을 뛰어다니며 실종자를 찾아낸다. 미르의 핸들러인 최영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위는 “셰퍼드와 말리노이스는 체취견으로 장시간 사람을 찾는 일에 적합하다”며 “잡종견 중에도 체취견의 자질이 있는 개들이 있지만 실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아 경찰견으로 활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체취견은 사람보다 후각이 50배 이상 발달해 최대 2㎞나 떨어진 곳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여러 냄새 중 사람 냄새를 분간해 코를 킁킁거리며 수색한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작업으로 경찰견 입장에서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것보다 더 고되다. 이 때문에 한 사건에 경찰견 3~4마리가 함께 참여해 세 시간가량 수색 후 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통상적으로 후각은 암컷이 더 좋지만 배란기 등 생리적인 이유로 석 달에 한 번 수색에 참여하지 못한다. 지속적인 수색활동을 위해 현재 대부분의 체취견이 수컷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체취견도 나이가 들면서 후각능력·기동력이 자연히 떨어진다. 개 나이가 10~11세가 되면 핸들러는 은퇴를 고려한다. 은퇴한 경찰견은 민간인에게 분양되는데 최근에는 병원비 부담 등을 이유로 분양을 원하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충북 음성군 속리산에서 자살 의심자를 찾던 중 경찰견이 뱀에 뒷발 등을 물려 죽기도 했다.

경찰견 핸들러인 최영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경위가 체취증거견 ‘미르’를 훈련시키고 있다. /의정부=송은석기자


◇‘개코 형사’ 옆에는 눈썰미 좋은 핸들러=셰퍼드와 말리노이스라고 해서 모두 체취견이 돼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교육과 훈련으로 내재된 실력을 이끌어낼 좋은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 선생님 역할이 바로 ‘핸들러’다. 핸들러란 경찰견과 짝을 지어 범죄 현장을 누비는 경찰이다. 평소 경찰견을 훈련하는 것부터 실제 수색을 지휘하는 일을 맡는다.

핸들러들은 경찰견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개의 작은 행동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견의 미세한 움직임을 해석해 실시간 수색 과정에 반영해야 사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양주에서 실종된 60세 남성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핸들러와 체취견의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최 경위는 “6일째 수색할 당시 미르가 실종자의 차량이 주차된 지역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땅을 팠다”며 “그쪽에서 냄새를 맡았다는 뜻으로 마지막 철수 전에 그 방향으로 수색을 돌려 실종자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활약을 펼친 경찰견의 체세포를 복제해 복제견을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도 바로 핸들러와의 관계 때문이다. 복제견이 100% 똑같은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핸들러가 훈련시켜야 가능하다.

경찰견의 활약이 커지면서 경찰들 사이에서 핸들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핸들러는 별도의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다. 경찰견과 소통할 수 있는 예민함과 더불어 험한 산을 수일째 뛰어다닐 수 있는 체력이 핸들러의 필수조건으로 손꼽힌다.

경찰견 핸들러인 최영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경위가 체취증거견 ‘미르’를 훈련시키고 있다./의정부=송은석기자


◇화재원인도 찾는 경찰견=경찰견의 활약이 커지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경찰견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는 국내 최초로 화재원인 탐지견을 도입하기 위해 경찰견을 훈련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화물질을 찾아 화재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인화물 탐지기계를 사용하는데 인화물질의 농도가 어느 정도 돼야 기계로 검출이 가능하다. 기준 이하의 농도에서는 기계가 무용지물인 셈이다. 게다가 방화 현장에 바람이라도 불면 농도는 더 약해져 탐지하기가 어렵다.

화재원인 탐지견은 기계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도 인화물질 냄새를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바람이 불수록 탐지견이 냄새를 맡기에 더 유리한 점도 새롭게 경찰견으로 도입되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다.

화재원인 탐지견으로 활약할 견으로는 래브라도레트리버가 꼽힌다. 셰퍼드·말리노이스와 달리 레트리버는 에너지를 한 번에 폭발적으로 쓴다. 장시간 수색활동에는 레트리버가 적절하지 않지만 화재 현장과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수색하기에는 더 적절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국내 경찰견은 미국·네덜란드와 비교할 때 수적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만 해도 1만6,000개가 넘는 경찰견 팀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체취견만 전체 16마리, 핸들러는 11명에 불과하다. 8월 전남 강진 실종 여고생을 찾을 때 전국 대부분의 체취견이 투입됐다. 같은 시간 다른 실종 사건에 투입될 체취견은 한두 마리에 그쳤다.

경찰견의 수사 기여도가 큰 만큼 경찰견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 경위는 “실종자를 찾는 가족들에게 경찰견은 마지막 희망”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해서 경찰견이 발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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