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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英왕손부부 호주방문 숨은 의미]英연방 재건 특명...'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광 되살릴까

전세계 인구 ⅓ 차지하는 加등 50여개 英연방국

2020년 교역량 7,000억달러까지 확대 전망 속

호주 등 연방 탈퇴 후 공화국 체제로 전환 노려

다급해진 英, 이미지 좋은 해리왕손부부 임신 공개

브렉시트 앞두고 연방국가 결속력 다지기 나서

호주를 방문 중인 해리(앞줄 오른쪽) 왕손과 부인 매건 마클(〃왼쪽)이 18일(현지시간) 멜버른에 있는 앨버트파크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환영인사에 손을 흔들며 답하고 있다. /멜버른=EPA연합뉴스




“아기 소식을 알리기에 이곳 호주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영국 왕위 서열 6위인 해리 왕손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남태평양 공식 해외순방국의 첫 방문지인 호주에 도착한 직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희소식을 전했다. 부인 메건 마클의 임신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이다. 지금까지 로열 베이비의 임신 사실과 출산은 영국 왕실의 정체성과 옛 영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주로 영국 내에서 알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외신들은 서둘러 이 같은 소식을 각국으로 타전하면서도 해리 왕손이 영국의 중대한 이벤트 중 하나인 ‘로열 베이비’ 소식을 영국이 아닌 호주에서 발표한 배경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영국이 현재 진행 중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관련해 흔들리는 위상을 다잡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브렉시트를 앞두고 추락하는 영국의 국격을 다시 드높이는 동시에 제한될 수 있는 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 영국 왕실이 직접 나서 과거 영국의 식민지와 관련 국가 등 53개국으로 구성된 영국연방(Commonwealth) 회원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영국연방 회원국 내에서 영국 왕실의 입지는 굳건하다. 이들에 대한 통제도 강력하다. 4월 만 92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자신의 나이를 고려해 아들인 찰스 왕세자를 영국연방의 수장으로 추천했다. 회원국끼리 돌아가면서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다가올 혼란을 줄이고 영국의 존립과 위상을 책임져야 할 영국 왕실에서 영국연방의 수장 역할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중에 따라 전원 합의로 추대돼 찰스 왕세자가 수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당시 외신들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영광을 가졌던 영국이 현재는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50개가 넘는 영국연방 회원국들에 대한 영국 왕실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현재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영국연방 인구는 글로벌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하는 24억명에 이른다. 영국연방 사무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600억달러였던 영국연방 내 교역량은 오는 2020년 7,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 규모(18조원)의 38배가 넘는다. 게다가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 같은 선진국과 인도·나이지리아처럼 자원이 풍부하고 성장잠재력이 큰 나라가 영국연방에 포함돼 있어 영국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징성이 높은 호주를 시작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을 국가 원수로 둔 입헌군주제보다 헌법 개정을 통해 주권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공화제 국가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월 호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호주인의 52%가 공화국 전환에 찬성했고 반대는 22%에 그쳤다. 지속적으로 영국연방 탈퇴를 주장해온 호주의 제1야당 노동당은 내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공화제 도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호주뿐 아니라 해리 왕손 부부가 방문할 뉴질랜드와 피지 등도 야당을 중심으로 공화제 전환 주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급해진 영국 왕실이 호주를 시작으로 불어오는 영국연방 탈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이미지가 좋은 해리 왕손 부부를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2014년에도 영국은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을 파견해 공화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기도 했다. 당시 가디언은 “윌리엄 왕세손과 부인 케이트 미들턴이 호주를 방문한 2014년에는 공화국 전환 찬성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반대급부적으로 해리 왕손 부부가 방문할 남태평양 영국연방 국가들은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디언은 피지의 전직 고위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집권여당이 곧 실시될 총선에서 야당을 누르기 위해 이들의 방문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이들의 피지 방문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왕실이 나서자 영국 내각도 힘을 보태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8월 영국연방에 속하는 아프리카 핵심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나이지리아·케냐 등 사하라 이남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다급해진 영국이 수출시장 확보 등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방치하다시피 해온 아프리카 회원국들을 챙기기 위해서다. 여기에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연방의 결속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경제권 신설도 구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주요 영국연방 국가들과 이른바 ‘엠파이어 2.0’이라는 특별무역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들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영국연방 국가들 간에 본격적인 무역협정이 체결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EU에서 떨어져 나온 영국에는 영국연방 회원국이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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