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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부재로 끌려다닌 産銀

주총장 진입은 제지당하고

전화로 안건통과 통보받아

구조조정 해도 저지수단 없어

앞으로도 '산은 패싱' 우려

한국GM이 19일 주주총회에서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안건을 의결하면서 이에 반대해 온 산업은행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 GM 정상화에 혈세 8,000억원을 집어 넣고도 법인 분리와 같은 중요 경영 안건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이면서도 산은은 이날 주총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채 안건 통과 사실을 GM측으로부터 전화로 통보받아 앞으로도 ‘산은 패싱’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GM의 자산매각, 철수와 같은 돌발 변수가 생길 것에 대비해 ‘주총 특별 결의사항’ 17개 조항에 대한 ‘비토권(거부권)’을 마련해 놨지만 법인 분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카드였던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전략과 상상력의 부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산은이 내밀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산은은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법인 설립 취소소송 등을 내며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적어도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 사이 GM이 생산법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행하더라도 마땅히 저지할 수단이 없다. 산은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산은은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총장에 갔으나 한국GM이 참석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정상적 주총이 성립하지 않았다”며 “법인 분할은 정관상 주총 특별결의사항이며 앞으로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GM에 대한 지원 계획을 철회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GM이 “한국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며 판을 깨고 철수를 선언하면 도리어 상황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5월 GM과 협상을 마무리 한 이후 “고용을 지켜냈다는 측면에서 이 정도면 ‘가성비’가 괜찮은 결과”라고 스스로 자평한 바 있다.



간신히 봉합해 놓은 노조 집단행동을 막을 명분이 사라진 것도 산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산은은 협상 당시 노조에도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파업을 진행하지 말자고 노조를 설득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가 법인 분리를 계기로 집단 총파업에 나설 경우 경영 정상화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산은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박진용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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