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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에 난임 걱정…난자 보관 늘었다

난자동결 시술 4년새 12배↑

30대·40대 순으로 많지만

20대 미혼도 '보험용'으로 찾아





해외 장기파견 근무를 앞둔 올해 35세인 직장인 박지연(가명)씨는 최근 동결 시술을 통해 난자를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미혼이던 5년 전에도 잠시 고민하다 포기했지만 이번에는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동결 보관을 택했다. 야근이 잦은데다 휴직이 힘든 회사 분위기 탓에 어차피 국내에 복귀해도 당분간 아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난임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검사 결과 난소 호르몬 수치(난소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8세 높은 43세로 나온 것도 영향을 줬다. 박씨는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난자를 동결해둬야 한다고 해 결심하게 됐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고민을 어디서 말하기도 쉽지 않았고 시술에 대한 두려움도 컸는데 최근 시술을 받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여성이 빠르게 늘고 있다.

23일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분당차병원, 강남차병원, 차병원 서울역센터에서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은 여성은 지난 2013년 23명에서 지난해 288명으로 늘었다. 불과 4년 새 시술을 받은 인원이 1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차병원은 2016년 보건복지부의 ‘난자 동결 보관사업에 대한 현황조사’ 기준 가장 많은 난자를 보관 중인 의료기관이다.

지난 5년간 차병원에서 난자 동결 보관 시술을 받은 여성은 총 648명으로 30대와 40대가 대부분이었다. 30대가 310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43명으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건 과거에는 항암치료를 앞둔 암 환자들이 난소 기능 상실에 대비해 난자 동결을 시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결혼 여부나 질병 유무와 관계없이 ‘보험용’으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허윤정 차병원 서울역센터 교수는 “냉동 난자 시술이 과거보다 많이 알려지면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30대 초반의 기혼 여성은 물론 20대 미혼 여성도 적지 않게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시술을 받은 여성 중 20대도 90명에 달했다.

만혼(晩婚)이 일반화되면서 난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만8,703명에 달했다. 차병원이 시술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만혼에 대비하기 위해’ 시술을 받는다고 응답한 시술자가 전체 62%로 ‘시험관아기(23%)’나 ‘질병 치료(14%)’를 대비해 시술을 받는 이들보다 훨씬 많았다.

난자 동결 시술의 성공률이 높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동결 난자를 이용한 수정은 난자 배란 유도 주사로 난자를 10∼20개 채취, 영하 210도의 액체질소 등으로 얼린 뒤 필요할 때 해동해 미세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전까지 이 과정에서 난자 30∼40%를 폐기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폐기율이 10∼20%로 낮아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걱정 때문에 너무 이른 나이에 냉동 난자 시술을 받기보다는 개인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 교수는 “난소의 기능은 대개 만 37세를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난자 동결 시술을 결정하기 전에는 ‘난소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난소 기능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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