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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노면전차





‘밤 깊은 마포종점 / 갈 곳 없는 밤 전차 / 비에 젖어 너도 섰고 / 갈 곳 없는 나도 섰다(후략).’ 은방울자매가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낭랑한 음색으로 불렀던 ‘마포종점’은 1960년대 말 공전의 히트작으로 지금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다. 서울의 전차 차고지가 있던 마포구 도화동에 살던 작사가 정두수 선생이 서민의 애환과 정취를 실어나르던 전차가 사라진다는 데서 착안해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노면전차는 버스와 자동차에 밀려 1968년 운행을 멈추기까지 서울의 명물이었다. 느릿느릿 달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 땡땡이 전차라고도 불렸다.

반세기 전까지 서민의 발이었던 전차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때는 1898년. 대한제국의 황제 고종이 미국인과 합작한 한성전기회사가 일본 기술진을 불러 전철을 부설했다. 첫 개통 구간은 서대문에서 출발해 종로·동대문을 거쳐 청량리를 잇는 단선 궤도로, 길이로는 8㎞에 이른다. 서울 사대문 밖인 청량리까지 연결한 것은 고종의 왕릉 행차의 비용 절감과 편의성 도모를 위해서다. 명성황후가 묻힌 홍릉의 원래 장소가 청량리다. 일제강점기에는 부산에도 전차가 다녔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서구에서 트램(tram)으로 부르는 노면전차는 독일 지멘스가 개발하고 미국이 1887년 가장 먼저 실용화했다. 전차는 자동차에 밀려 2차 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퇴조를 보였다가 최근 들어 무공해·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홍콩의 전차는 관광 명물로 유명하기도 하다. 운행 도시도 전 세계 400여곳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철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주목했음에도 경제성과 교통혼잡 논란에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 만든 위례신도시 개발안에도 트램 도입이 반영됐지만 10년 넘도록 구상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높은 관심에 비해 실행이 더디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주 정부의 트램 시험 사업지 공개모집에는 수원과 성남·부산·청주·전주 등 5곳이 신청했다고 한다. 이 트램은 2010년 진작에 만들어진 채 운행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로 노면전차가 개통된 지 120년이 된다. 반세기 동안 명맥이 끊긴 노면전차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본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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