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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시, 통·반장까지 총동원…'제로페이' 가맹실적 올리기

건당 1만5,000원…예산 24억 펑펑

자치구마다 '영업 압박' 시달려

구청 직원 1인당 2건 할당

"가입 안하면 이 가게 안와" 갑질도





서울시가 ‘제로페이 가맹점 유치 영업’을 위해 각 동의 통·반장들을 동원하고 가맹점 모집 1건당 1만5,000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올해 잡힌 예산만 최대 24억원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서울시가 자치구에 내리는 특별조정교부금 중 300억원을 제로페이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하면서 일선 구청 직원들도 ‘영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을 위해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 “서울시가 거대한 카드 회사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27일 서울시와 복수의 자치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각 동의 통·반장들이 제로페이 가맹점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1건당 1만5,000원의 활동비를 제공하고 있다. 각 동사무소와 자치구에서 제로페이 가맹점 실적을 모아 서울시에 e메일을 보내면 시가 활동비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최근 각 자치구의 부구청장을 모아 이를 구두로 지시했을 뿐 공문을 내리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공문으로 내리면 공개적 지시인데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올해 이 활동비와 관련된 예산을 24억원으로 보고 있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비례)은 “박 시장이 대권 도전 욕심에 정책 실패가 뻔히 보이는데도 이른바 영업수당까지 내걸고 관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24억원 안에는 QR코드 보급 등 다른 사업도 포함돼 있다”며 “그간의 추이로 볼 때 통상 2~3만 건이 최대치일 것으로 예상된다. (24억 원) 전부가 활동비 명목으로 나가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각 자치구의 통반장들은 ‘제로페이 영업’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복지정책이 강화되면서 가구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기본 업무가 더욱 중요해졌는데 사실상 영업이나 다름없는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장은 “동주민센터에서 통반장들을 모아 제로페이 가맹점을 모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영업사원도 아니고 통장으로서 (제로페이 가입) 권유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구청장 회의에서는 올해 특별교부금의 10%인 300억원을 ‘소상공인 경영 안정 대책 자금’으로 명명해 제로페이 실적에 따라 25개 자치구에 차등 지급하겠다는 지침도 구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교부금을 관리하는 서울시 자치행정과의 한 관계자는 “정책 제안을 한 것으로 현재 자치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침이 전달되자 자치구들은 벌집 쑤신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자치구의 한 해 평균 예산은 6,203억원으로 이 중 사회복지 예산이 전체의 48%, 인건비 등 행정운영경비가 23%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각종 서울시 정책에 딸려 들어가는 예산을 제외하면 실제 자체 정책으로는 100억원을 배당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자치구의 입장이다. 300억원을 균등 배분해도 한 자치구당 12억원이 오락가락하는 만큼 특별교부금 차등 지급 방침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서별 실적 비교, 구청 직원 1인당 2건의 가맹점 모집 할당 등 카드 영업부서에서나 보일 법한 상황이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몇몇 직원들은 식당 등을 찾아가 “가입을 하지 않으면 이 가게에서는 판공비 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식의 ‘갑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가입을 위해 주민등록증 사본에 사업자등록증까지 제출해야 해 번거롭다”며 “소상공인을 찾아가 제로페이를 설명하고 있으면 마치 보험회사 직원이 된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도 광화문광장도 너무 속 보인다”며 “자신의 대권 가도에 쓰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제로페이 예산을 다시 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시가 요청해 의회에서 통과된 제로페이 관련 예산은 지난해 추경에서 30억원, 올해 예산에서 38억6,700만원이지만 특별교부금이 사실상 제로페이 예산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의회에 예산 통과를 위해 제출한 성과계획서 및 사업별 설명서에는 활동비 지원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은 일절 없었다.

일각에서는 특별교부금을 제로페이 실적과 연계하는 것이 기존 법규와 맞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자치구의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 제11조는 특별교부금의 배분 조건을 △재해로 인한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어 해당 자치구의 재원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자치구의 청사 그 밖에 공공시설의 신설·복구·보수 등의 사유로 인한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는 경우 △그 밖에 특별한 재정수입의 감소 혹은 재정수요가 있는 경우 세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김소양 서울시의회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해 등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을 때 교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특별교부금까지 자신의 쌈짓돈처럼 대권용 치적 쌓기에 사용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특별교부금 차등 배부는 합리적 행정 수단의 동원”이라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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