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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들어가고 싶다면 책을 써라?...文정부 '출세코스’된 저서

김현철 전 보좌관,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로 발탁

장하성 전 실장도 저서가 큰 역할

'축적의 길' 이정동 서울대 교수 과학기술특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여름 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으면 책을 쓰라는 말이 있었어요. 문재인 정부 처음에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치부했는데, 점점 실감이 되는 말이네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 청와대 참모로 입성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책, 그것도 경제와 관련해 알기 쉽게 책을 썼다는 것이어서 저서를 집필해야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 ‘독서가’로 유명한 문 대통령은 책을 읽고 저자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집권 초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5060 비하’ 발언으로 사퇴한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추석 때 김 전 보좌관이 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그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낙점을 했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여름휴가 때 휴가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대통령이 장 전 실장 발탁 배경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쓴 ‘한국 자본주의’와 ‘왜 분노해야 하는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도 책은 아니지만 그의 논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그는 2014년 발표한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논문을 썼고 이에 힘입어 청와대로 발탁됐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문 대통령의 ‘책 사랑’은 유별납니다.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는 지난해 12월 한 종합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아버지로서 어떤 분이었습니까’라는 질문에 “늘 과묵하셨고 항상 책을 끼고 사셨어요. 식사를 하실 때도, 휴가를 가서도 책만 읽으셨어요. 스스로 활자중독이라고 인정하실 정도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녀들에게도 책을 많이 읽게 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어릴 때 가족이 다 같이 대형 서점에 가는 일이 저희 집의 외출행사였어요. 아버지는 저와 동생(문다혜씨)에게 책을 추천해주시기도 하고 직접 고르게도 하셨어요. 그 영향 때문에 저도 책을 많이 읽어왔고, 지금도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후의 책을 쓴 사람들이 청와대, 정부 관계자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남 양산 자택에서 독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모습. /연합뉴스


지난 11월 7일 취임한 권구훈 북방경제위원장도 책을 통해 발탁된 케이스입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직접 추천해서 발탁했다”며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지난 여름 휴가 때 대통령이 책 ‘명견만리’를 읽었는데 TV에서 명견만리도 보고 권 위원장의 강연에 감명을 받아 인사수석실에 추천을 했고 검증을 거쳐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취임한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 특보가 쓴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을 정독하고 감명을 받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습니다. 실제 문 대통령은 30일 이 특보와 오찬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대선 때 한창 바쁜데도 이 교수의 책을 읽었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말할 때 잘 써먹기도 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설을 맞아 청와대 전 직원에 ‘축적의 길’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설 명절을 맞아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선물한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의 저서 ‘축적의 길’의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발탁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책을 쓸 정도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꿰뚫고 있다는 뜻으로 전문성은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업인, 관료 등보다는 현장감은 다소 떨어질 가능성도 있지요.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경제 성적표가 말을 해줄 것입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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