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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정말 풍수상 불길할까...끝나지 않는 논쟁

"역대 대통령 잇딴 비극...조선시대 후궁 거처해 한(恨) 서려 흉지"

"천하제일복지 표석 발견...고려시대 왕의 임시거처로 길지" 반론도

"풍수 논하기 전에 서울-세종 행정 비효율부터 줄여야"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이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보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마다 명절 연휴가 끝날 때쯤이면 광화문, 삼청동 일대는 서울로 역귀성한 사람들, 명절 인사를 끝내고 막바지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광화문, 삼청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청와대이지요. 북악산 밑, 경복궁 뒤에 고고하게 위치한, 우리나라 최고권력자의 집무실이자 관저가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터가 풍수상 좋지 않다는 말이 있는 것은 알고 계셨나요. 청와대를 둘러싼 ‘풍수 말말말’ 풍수 논쟁을 정리해 봤습니다.

◇文대통령 측근의 돌출 발언 “청와대가 풍수상 좋지 않다”=최근 청와대의 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광화문으로의 집무실 이전이 현실적인 이유로 어렵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현재 대통령 관저가 풍수상 불길해 옮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풍수상 불길하다는 이야기의 근거가 무엇인가’는 질문에 “수많은 근거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유 위원은 문 대통령과 가까워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의 풍수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고 합니다.

경복궁 북쪽 문인 신무문에서 바라본 청와대 정문과 본관, 북악산의 모습.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사진에서 가로로 난 도로를 기준으로 청와대 쪽은 신령이 강림하는 곳, 아래 쪽은 사람들의 거처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많은 풍수가들 사이에서 청와대의 터가 좋지 않다는 말이 많습니다. 시작은 1990년대 초반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였습니다. 그는 저서 등에서 “경복궁 북쪽 문인 신무문과 청와대 정문 사이에 난 도로를 경계선으로 청와대가 있는 북쪽은 신령의 강림지이고 경복궁이 있는 남쪽은 사람들의 거주처”라며 청와대는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풍수 전문가들은 청와대 뒤의 북악산이 바위가 많아 살기(殺氣)가 강하며 이를 청와대가 온몸으로 맞고 있어 좋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실제 북악산을 보면 곳곳에 바위가 돌출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조선시대 소외된 후궁들의 거처가 있던 곳으로 ‘한(恨)’이 서려 있고 일제도 1939년 청와대 터에 조선 총독이 머무는 관저를 지었다가 6년 뒤 패망한 것도 근거로 제시합니다. 전향수 한국풍수지리연구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의 말로가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 실증 증거”라며 “일제강점기에 임시로 지어진 조선 총독 관저 자리에 풍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청와대를 지었다. 종로구 정독도서관 위치가 길지”라고 말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신축공사 과정에서 발견한 ‘천하제일복지’라고 새겨진 표석의 모습. /연합뉴스




◇고려왕조 때 왕이 머무는 거처...“흉지 아니다” 반론도=하지만 반론도 많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비극은 개인의 문제일 뿐이란 주장입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며 풍수지리상 최고의 명당이라는 뜻의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祉)’라고 쓰인 표석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 중기인 300~400년 전 조성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풍수지리를 중시한 고려왕조 때 왕이 임시로 머무는 이궁(離宮)을 현재의 청와대 터에 세웠으므로 길지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풍수에 각별한 관심이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언론사 간담회에서 ‘청와대는 흉지’라는 언급이 나오자 “청와대 터는 왕 터다. 정말 좋은 데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화기(火氣)가 있다 해서 청계천을 파 물을 들이고 해태를 설치했다고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세종시는 어떨까요. 배산임수의 전통적인 명당 기준은 만족합니다. 뒤로는 원수산, 앞으로는 금강이 있는 것이지요. 전 원장은 “정부청사가 들어선 곳은 북악산과 달리 풍수적으로 정돈이 잘된 원수산 밑이어서 명당”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주산(원수산)과 좌청룡(전월산)은 있지만 우백호가 약하고 안산이 없는 것은 흠으로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풍수 논하기 전에 세종시-서울 행정 비효율 해결해야=풍수에 대한 설들의 진위를 가리기 전에 효율적인 국가행정을 위해 변화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내용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청와대·정부서울청사·국회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세종시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정부 내 소통 및 협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장, 과장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다보니 사무관들을 붙잡고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도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고 후배 사무관들 능력 향상에도 심각한 차질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세종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은 과천 때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10분의1로 줄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백악관과 행정부·의회가 워싱턴DC에 집결돼 있고 영국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 관저 옆에 재무장관 집무실이 연결돼 있어 수시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청와대의 위치도 문제입니다. 백악관은 대로변에 있어 시민이 창살 사이로 백악관 내를 오가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경복궁 뒤편에 깊숙이 위치해 있어 대통령이 날 것의 민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청와대에 ‘구중궁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며 청와대만 들어가면 멀쩡하던 사람도 ‘불통’으로 변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근거입니다. 김대중·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공약했지만 경호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모두 흐지부지됐고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 결과를 냈습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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