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상대를 고를 때 미혼여성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92.7%)이 배우자의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보고서(이상림 연구위원)에 따르면 20~44세 미혼남녀(남성 1,140명, 여성 1,324명)를 대상으로 배우자 조건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을 물어본 결과 미혼남성과 미혼여성 모두 배우자 조건으로 성격, 건강,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 등을 최우선 기준으로 꼽았다.
미혼남성은 성격(95.9%), 건강(95.1%), 가사·육아에 대한 태도(91.1%), 일에 대한 이해·협조(90.8%), 공통의 취미 유무(76.9%)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혼여성은 성격(98.3%), 가사·육아 태도(97.9%), 건강(97.7%), 일에 대한 이해·협조(95.6%), 소득·재산 등 경제력(92.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우자 조건으로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미혼남성(53.0%)보다 미혼여성이 훨씬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끈다. 직종 및 직위 등 직업(남성 49.9%, 여성 87.1%), 학력(남성 31.0%, 여성 55.0%), 가정환경(남성 75.1%, 여성 89.8%) 등 배우자의 경제력을 결정짓는 요건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이 조사는 보여준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남성이 가계 경제를 책임진다는 전통적 인식과 더불어 일자리 불안에 노출된 여성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팀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결혼에서 남성의 경제력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의 열악한 경제 상황, 특히 여성의 부정적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에 대한 긍정적 태도 응답률에 있어서도 남성은 50.5%로 절반을 넘었지만, 여성은 28.8% 수준에 그쳤다.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미혼남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14.1%, ‘하는 편이 좋다’ 36.4%,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39.2%, ‘하지 않는 게 낫다’ 6.6% 등으로 나타났다.
미혼 여성은 ‘반드시 해야 한다’ 6.0%, ‘하는 편이 좋다’ 22.8%,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54.9%, ‘하지 않는 게 낫다’ 14.3% 등의 분포를 보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유보적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점에 비춰볼 때 비혼화 경향은 여성만의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 조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미혼남녀의 결혼 태도를 살펴본 것으로 보건복지전문지 ‘보건복지포럼’에 실렸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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