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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침체...문닫는 서울 상가] 강남서만 2년새 1,800개 사라져...텅빈 점포엔 '임대 현수막' 빼곡

이태원 공실률 22% '최고'...청담동 1년째 빈상가 즐비

종로 권리금 안받아도 주인 못구해 3년째 공실 수두룩

상권 활성화 없이 세금 지원만으로 자영업 생존 쉽잖아

12일 서울 종로구 상가 밀집지역에 위치한 1층 점포. 굳게 잠긴 셔터 뒤로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호재기자




# 저녁 시간 때마다 사람이 가득했던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고기골목’. 불판 식을 새 없는 이 골목에 최근 ‘무권리’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700만원 수준에도 몇 년간 꽤나 장사가 잘되던 고깃집이었다. 하지만 현재 4개월이 다 되도록 새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공실이다. 서초동 K공인 대표는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식당으로 유명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라며 “최근 이 골목에 임대인이 직접 매물을 내놓은 무권리 점포가 하나둘 늘고 있다”고 말했다.

# 공실률이 늘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 임대 현수막이 걸린 건물이 하나둘이 아니다. 권리금을 아예 받지 않겠다는 점포는 현재도 새 임차인을 못 구해 문을 닫고 있었다. 종로 G부동산 관계자는 “가장 최근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 지난해 가을이었다. 자영업 경기가 죽으면서 3년 동안 공실인 점포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경기침체 등으로 자영업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처럼 서울 주요 상권들이 늙어가고 있다. 본지가 서울시 상권분석 자료를 살펴본 결과 서울 강남구에서 2년간 문을 닫은 점포가 무려 1,832개에 이른다. 서울 25개 구에서 이 기간 동안 점포가 늘어난 곳은 성동구가 유일하다. 늘어난 점포도 고작 53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자영업 경기 악화에 사라지는 점포=서울 주요 상권을 둘러보면 최근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아예 문을 닫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이태원 상권도 그중 하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곳의 공실률은 지난해 말 기준 21.6%(중대형 상가기준)로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다. 이태원 경리단길을 가보면 문을 닫은 점포가 한두 곳이 아니다. 최근 방송인 홍석천씨도 떠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태원동 A공인 관계자는 “빈 점포가 늘어나는 분위기에서 손님도 더 오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거리로 명성을 날리던 청담동 역시 1년째 비어 있는 상가가 즐비하다. 병원으로 사용되던 건물 한 동은 통째로 비어 있고 명품이 자리했던 가게도 공실 상태다. 월세를 2,000만~3,000만원가량 낮춘 물건도 있지만 주인 찾기는 쉽지 않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수요자가 있으면 가격 조정이라도 해볼 텐데 찾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신사동 가로수길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빈 가게는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문을 닫는 점포가 늘면서 권리금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지역 상가 권리금은 2017년 ㎡당 110만7,000원에서 지난해 99만원으로 10.6% 줄었다. 권리금 하락은 계속될 것으로 감정원 측은 보고 있다.



◇줄어드는 상권, 사라진 2만개 점포=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최근 2년 새 사라진 점포가 2만여개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사실상 전 지역에서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서 점포가 가장 많이 사라진 곳은 강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강남구와 서초구다. 강남구는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가 4만 3,374개로 2016년 4만5,206개에서 1,832개나 줄어들었다. 이어 서초구도 2016년 2만8,261개에서 2018년 2만6,915개로 1,346개가 감소했다. 이어 중구는 2만5,120개에서 2만3,811개로 1,309개가 줄었으며 강동구는 2만182개에서 1만8,962개로 1,220개가 감소했다. 특히 강동구는 2016년 점포의 6%나 사라졌다. 이어 같은 기간 영등포구(2만2,986개→2만1,841개), 관악구(1만9,691개→1만8,688개)도 각각 1,145개와 1,003개가 줄어들었다.

수적 감소와 함께 질적 변화도 부정적이다. 유형별 상가로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2018년 말 기준 4만2,452개로 2015년 말 4만1,254개보다 1,198개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점포 수는 44만7,168개에서 42만8,505개로 1만8,663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상거래 발달로 오프라인 상점이 줄어드는 큰 변화도 있지만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자영업자의 상점 수 감소를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상권의 바탕이 되는 경기 활성화 없이 특정 자영업자만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권혁준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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