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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럼 2019] 국양 "韓 기초연구 투자비중 30% 그쳐…R&D 선정·평가 바꿔야"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인터뷰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연구로

논문·특허 많지만 질 떨어져

독창적 선도연구 이끌려면

체계적인 R&D 정책 세우고

연속성 있는 지원책 절실

국양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사진=서울경제 DB




“미국·독일·일본·영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기초연구의 비중이 낮아 30%가량에 그칩니다. 연구자도 따라 하기 연구, 양적 성장에 몰두한 연구를 하다 보니 창의성 있는, 질적 우수성을 가진 연구가 모자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양(66·사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 총장은 최근 서울 중구 무교동 디지스트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개발·응용 연구에 치중해 기초연구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R&D정책의 재정립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까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으로 연구 기획·선정·평가 과정에서 과학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창의성을 유도하는 연구행정을 폈다. 오는 5월14~16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다시 기초과학이다:대한민국 혁신성장 플랫폼’을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19’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상적인 기초연구 투자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 총장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정부 R&D 과제로는 못 하는 것과 독특한 것을 맘껏 연구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운영되며 기초과학도 연구하고 정말 팔릴 수 있는 소재나 정보통신기술(ICT) 연구도 중시한다”고 소개했다. 이 재단은 오는 2023년까지 10년간 1조5,000억원을 기초과학·소재기술·ICT 창의과제에 지원한다. 그는 “연구자를 선정할 때 따라 하기 연구나 지도교수의 아이디어를 내면 뽑지 않는다. 논문이나 특허 등의 정량평가보다 학계의 동료평가를 많이 본다”며 “독창적인 선도 연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구, 인문·사회·예술·공학·자연과학 융합연구를 하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에서 개최한 ‘글로벌 리서치 심포지엄’에서 대니얼 와인버거 존스홉킨스대 의대 리버뇌발달연구소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국 총장은 “기초연구를 기초과학에만 한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라며 “그동안 기초연구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의 목소리는 컸으나 그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며 이제는 체계적인 전략과 방법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연간 6만1,000개가 넘는 정부 R&D 과제를 통해 논문이나 특허는 많이 나오지만 질은 한참 떨어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초연구와 신산업 창출 사이의 간극이 좁아져 R&D정책의 혁신이 더욱 필요하다고도 했다. “전통적으로 기초·응용·개발·생산을 순차적으로 지원하는 R&D 투자 방식을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개발 안에 내재되는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기초연구를 강화해 응용·개발 연구 활성화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1929년 대공황 후 미국은 경제 불황기마다 기초연구 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를 꾀했다는 것. 그러면서 미국의 원자력 등 물리학, 유기화학을 태동시킨 기초화학, 의학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온 분자생물학, 현대 전자산업을 이끈 재료과학과 전자공학 등에 대한 기초연구 투자와 인력 양성을 예로 들었다. 지난 2012년 미국 과학기술특별위원회가 진화하는 연구와 혁명적 연구의 비율을 정해 분야별 투자, 인력 조달, 융합연구의 목표를 정하고 산업의 성공을 위해 기초와 응용 연구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도 보여줬다. 그는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기초연구 투자를 대폭 늘려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기초연구를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경제위기가 있을 때 오히려 더 투자해야 산업 발전에 효과가 좋다. 개발의 큰 틀 안에서 기초·응용 연구가 상호작용해 상품이 나오는 모델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기초연구 투자를 늘리자’는 당위성만 있어서는 안 되고 실질적으로 창의성 있는 선도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장기 R&D정책의 철학이 불분명하고 정책이 자주 바뀌고 일부 연구 분야와 그룹에는 너무 많은 지원이 이뤄지나 대부분의 연구자에게는 연속성 있는 지원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교수나 연구원이 되면 미국이나 일본 등은 선배의 장비도 공유하는 등 바로 연구를 수행할 여건이 된다”며 “우리는 초기에 아이디어가 많을 때는 시기를 놓쳤다가 중견 연구자가 돼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다. 주제도 논문을 내고 연구비를 수주하기 쉬운 쪽으로 몰린다”고 일갈했다. 세계 선두 그룹과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연구과제 선정과 평가를 창의적인 쪽으로 선진화해야 한다고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미지


△1953년 △서울대 물리학 학사·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물리학 박사 △1981~1991년 미국 AT&T벨연구소 연구원 △1991~2018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2008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14년~2019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 △2018~2019년 이화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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