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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적자라도 근로자에 추가 수당 줘라"… 대법, 신의칙 또 뒤집어

대법 "매출의 0.1%, 인건비의 0.3% 불과"

"적자 행진 단기 회복 어렵다" 원심 파기

'완전자본잠식' 기업에도 신의칙 엄격 적용

아시아나 등 통상임금 소송 줄패소 가능성

예산교통 추가 퇴직금 소송도 근로자 勝





한진중공업(097230)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다. 경영이 악화돼 채권단 관리로 넘어간 데다 지난해 말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진중공업 측이 재정적 어려움을 주장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맞섰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년 적자를 봤더라도 매출액과 현금성 자산만 충분하다면 추가 법정수당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모씨 등 한진중공업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신의칙이란 법률관계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은 채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쪽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추상적 규범이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8월 체결된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영도조선소와 다대포제작소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전·현직 근로자들은 2012년 8월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해 추가로 지급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면서 신의칙에 관한 예외 기준은 모호하게 남겼다.

1·2심은 “근로자들에게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할 경우 장기적인 경영난 상태에 있는 한진중공업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지출을 하게 돼 경영상의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측의 신의칙 위반 논리를 받아들였다. 하급심 재판부는 한진중공업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통상임금이 약정 때보다 60% 이상 증가하고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총액도 10% 이상 증가한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한진중공업이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2012년을 제외하곤 매년 순적자를 기록한 데다 조선사업 부문은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한 점을 들며 “조선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 역시 점점 늘고 있어 단기간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한진중공업이 추가 지급해야 할 액수를 5억원가량으로 보고 이는 5조~6조에 달하는 매출액의 0.1% 수준이므로 부담이 없을 것으로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추가 법정수당은 한진중공업이 매년 지출하는 인건비 약 1,500억원의 0.3% 정도”라며 “2015년 말 기준으로 800억원 상당인 현금성자산은 추가 법정수당의 160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법정수당 지급이 직접적으로 한진중공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은 계속된 경영 악화로 지난 2016년 1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채권단이 지난 3월 6,874억원 규모의 채무를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총수였던 조남호 회장도 경영권을 빼앗겼다. 한진중공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가 4월 가까스로 탈출했다.

법원이 한진중공업 같은 재정악화 상황의 기업에 대해서도 신의칙을 엄격 적용함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유사 사건이 계류 중인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도 사측의 패소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다스, 올 2월 시영운수 통상임금 사건에 대해서도 모두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또 이날 충남지역 버스회사 예산교통 근로자 박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소송 상고심에서도 “퇴직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회사 역시 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를 봤지만 재판부는 “추가로 지급해야 할 퇴직금 3,600만원이 회사 연 매출 40억원의 0.9%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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