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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정부 안전성 알리며 감축 속도조절...시민들도 '원전 나들이'

[에너지믹스, 해외서 배운다-<하>원전 운영 묘미살리는 프랑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비중 줄이는 정책 추진했지만

마크롱 "급격 축소 땐 탄소·비용 눈덩이" 시간표 늦춰

가동 정보 공유·초청 행사·교육 통해 주민 거부감 줄여





프랑스 파리에서 100㎞ 떨어진 거리에 있는 노장쉬르센 원전이 가동되고 있고(위쪽 사진) 학생들이 원전 내부 브리핑 룸에서 안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아래쪽 사진). /노장쉬르센=김우보기자


지난달 24일 프랑스 오브주 노장쉬르센역. 개찰구를 나서자 센강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주택들 너머로 아파트 20층 높이의 냉각탑이 눈에 들어왔다. 파리 동역에서 채 100㎞가 안 되는 이곳에는 1,700만kwh 규모의 원전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심장부에서 원전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발전소 입구에 막 들어서려던 순간 딸과 함께 발전소로 들어가는 토코토(36)씨를 만났다. 그는 곧 원전 안에서 진행될 행사에 참석할 겸 ‘나들이’를 나왔다고 했다.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국영전력공사(EDF)가 이날 인근 주민을 초청해 발전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둔 터였다. 딸과 함께 원전을 들르는 게 꺼림칙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토코토씨는 “10년 넘게 근처에 살면서 종종 들르다 보니 경계를 많이 풀었다. 딸에게도 좋은 교육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왔다”며 웃어 보였다.

‘원전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한결같지 않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소가 지난 2017년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전을 경계하는 비중(54%)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프랑스 발전사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 지역 주민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저에는 국가 전력원의 핵심축으로 원전을 안고 가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면서 당면 과제인 온실가스 감축까지 해내려면 당분간 원전을 대체할 수단이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포브스는 “프랑스와 독일 중 어느 국가가 기후변화의 영웅이고 악당인지는 자명하다”며 “프랑스는 원자력 덕분에 세계의 청정 에너지 선도국이지만 독일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장 더러운 갈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의존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발전소 안에 마련된 전시관에 들어서자 견학에 앞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원전 교육이 한창이었다. 8명의 아이들은 강사 주변에 빙 둘러앉아 원전 모형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발전소 측은 매주 수요일 시민 초청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해에 노장 원전에만 4,0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노장뿐 아니라 프랑스 내 모든 원전은 정기적으로 주민 초청행사를 열고 있다.

낯선 모습을 바라보던 기자에게 취재에 동행한 피에르 몬테스 EDF 커뮤니케이션 책임이 불쑥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어 ‘트위터’를 켜더니 노장 발전소 계정을 소개했다. 트위터에는 ‘오후7시 원자로#2 자동 종료. 자세한 이유는 아래 링크를 참고’라고 적힌 트윗을 비롯해 발전소 현황이 담긴 트윗이 가득했다. EDF는 인근 지하수·화초 등의 방사능을 검사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보고서를 내놓는데 이 또한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공유한다. 몬테스 책임은 “프랑스 내 모든 원전이 각각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다”며 “원전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을 주민들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여전히 원전이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민적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감(減)원전을 공언한 바 있다. 2015년 에너지전환법을 통해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50%로 감축하는 한편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23%, 2030년 32%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지난해 원전 비중의 급격한 축소가 에너지 비용을 증가시키고 기후변화 대응에 취약하다며 원전 감축 시간표를 늦추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저탄소 에너지인 원전 비중이 급감하면 당면 과제인 탄소 감축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재생에너지 확장세가 불확실한 터라 전력 공백을 메우려면 화석 연료 발전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력계통운영회사인 RTE는 2025년 원전 축소 시나리오 강행 시 △900㎿급 원전 24기(총 22GW) 폐쇄 △석탄발전소 가동 유지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총 11GW)이 필요하다고 결론 지었다. 당초 목표대로 이행할 경우 발전 부문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2,200만톤에서 최대 5,500만톤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중시해왔던 점도 작용했다. 프랑스는 애초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원전에 주목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으로 석유 값이 4배나 인상되자 프랑스는 ‘모든 전기는 원자력으로’라는 프로그램을 채택한다. 문제는 원전 축소로 인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가스 발전을 늘리게 되면 가스를 수입해와야 하는 만큼 에너지 자립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가스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는 한국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최근 국가 에너지 대계 초안을 내놓으며 원전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최근 에너지전환법에 따라 설립된 2차 장기에너지계획에 적시된 문구는 이렇다.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50%에 맞추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50%에 맞출 경우 수급 불안정을 감수하거나 기후변화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는 발전소들을 다시 지어야 한다.” /노장쉬르센=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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