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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본회의 단 3번·법안 처리율 20%대... 政爭에 빠져 기능 상실

[시스템 망가진 대한민국-정치]

■ 마비된 국회 입법

靑·與는 野 때려 지지층 결집하고 野는 막말로 맞불

탄력근로·빅데이터3법 낮잠...서비스법은 8년째 공전

다른 생각 인정하는 분위기 조성...선진화법 보완도 필요

이인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각각 방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3층에 있는 본회의장 출입문은 지난 4월5일 이후 두 달째 굳게 잠겨 있다. 올해가 절반 가까이 지났지만 본회의가 열린 것은 3월13일과 28일, 4월5일 단 세 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열 번, 2017년 열여섯 번 열린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고장 난 대한민국 시스템의 중심에는 권한은 막강하지만 입법기능은 마비된 국회가 있다.

실제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내리막길이다. 20대 국회 들어 2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2만101건인 반면 처리된 것은 5,674건으로 처리율이 28.2%에 불과하다. 처리율은 17대 50.4%에서 18대 44.4%, 19대 41.7% 등으로 내림세를 보이다 현 국회에서는 20%대로 주저앉았다.

국회 태업은 양적 지표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다. 관련 경제주체가 모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단위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아 법안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다음달 1일부터는 금융업 등 21개 업종 중 고용원 300인 이상 사업장이 새롭게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지만 이를 완충할 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중국 등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는 입법이 안 돼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밑바탕인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3법’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제 도입 등의 벤처투자촉진법, 산업재편 시 지원을 해주는 업종을 공급과잉에서 신산업으로 확대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도 표류하고 있다. 이 외에 선진국 경제처럼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기본이 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1년 처음 발의된 후 국회 회기가 바뀔 때마다 재발의됐으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식물국회’는 대통령·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는 경제·외교 등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야당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 지지율을 사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펠로인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전 입법조사처장)는 “제1야당이 장외투쟁을 하면 여당은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하는데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어찌 됐든 적법한 절차에 따른 선거제 개편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고 잊을 만하면 당청을 겨냥해 도가 지나친 ‘막말’을 해 국회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는 실정이다.

여야 간 이념적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고 서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 점도 원인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상대 정당 출신의 초재선 의원끼리 식사를 같이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며 “사회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고 사회상을 반영하기 마련인 의원들도 다름을 서로 인정하기보다는 적대관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의 다른 관계자도 “예전에는 여야가 공개석상에서는 다퉈도 뒤에서 주고받을 것을 교환하며 국회가 가동됐다”며 “지금은 툭하면 여야 간 고소·고발전이 난무한다. 정치의 실종사태”라고 우려했다.

해법은 없을까. 이 교수는 “정치인은 결국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권의 자정만 요구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적으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제도적으로도 온건다당제도가 탄생할 수 있게 해 타협이 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경 펠로인 문우진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으로 한국당이 원내에 복귀해도 입법이 원활히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국회의원 5분의3인 180명이 동의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한데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전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민중당 등을 합해도 17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선진화법은 과반 정당이 있을 때 독주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다당제에서는 입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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