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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料 누진제 개편안] 月최대 1만7,864원 깎아준다지만...한전 3,000억 '독박' 쓸판

■3가지 시나리오 제시

당정, 여름철에만 구간별 사용량 기준 확대안 선택할듯

별도 대책 마련 없으면 할인액 한전에 책임 전가하는 꼴

국민 반발 우려 필수사용량 공제 축소 등도 잇달아 좌초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서혜(왼쪽 두번째) E컨슈머 연구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누진제 개편안은 여름철 전력 사용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3일 내놓은 시나리오 중 어떤 안이 확정되더라도 총 2,000억원(2018년 전력 사용량 기준)가량의 전기료가 할인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대가다. 별도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할인액은 고스란히 한전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한전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태스크포스(TF)는 이날도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최악의 실적 부진 늪에 빠진 한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 누진제는 사용량에 따라 구간을 나눈 뒤 각 구간에 요금을 차등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1구간 0~200kwh(93원30전), 2구간 201~400kwh(187원90전), 3구간 400kwh 이상(280원60전) 등 사용량 단계가 올라갈수록 1kwh당 요금이 점증하는 형태다.

TF는 이날 누진제 개편을 앞두고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첫 번째는 3단계로 나뉜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구간별 사용량 기준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구간의 경우 300kwh까지, 2구간의 경우 450kwh까지 확대한다. 이 경우 1·2구간에 해당하는 전력 소비자들은 그만큼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효과가 있다. TF는 첫 번째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가구당 월 만원 안팎(평년 9,486원·폭염 1만142원)의 전기요금이 할인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 안은 3단계로 나뉜 누진제 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구간을 축소하는 형태다. 가장 비싼 3구간 요금을 2구간 수준으로 내려 사실상 1·2단계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로는 누진제 자체를 폐지하는 안이 거론됐다. 구간에 관계 없이 연중 125원50전으로 요금을 통일하는 식이다.





국회와 전력 업계는 첫 번째 안이 최종 채택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누진제 개편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현행 누진제 아래에서는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전력에도 고액의 요금이 적용된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안의 경우 기존에 전력을 많이 쓰는 계층(3구간 적용 대상)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안의 경우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계층의 부담이 되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1구간 적용 대상자가 부담하는 요금은 93원30전에서 개편 후 125원50전으로 늘어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정이 첫 번째 안을 택하는 데 대해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력 소비량이 많은 가구에 혜택이 돌아간다거나 적은 가구에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다. 정부와 TF는 이날 발표에서 이 같은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부담을 어떻게 보전할지에 대한 논의를 꺼내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별도의 대책이 없다면 한전은 개편에 따른 할인 금액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전 측은 논의 당시부터 다양한 방안을 거론하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거듭 폐지를 요구하던 필수사용량보장 공제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필수사용량보장 공제는 전기 사용이 적은 가구에 월 최고 4,000원 전기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다. 취약 가구 지원 대책이지만 1인 가구 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 가구까지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전은 제도에 따라 958만가구가 한 해 3,964억원을 감면받는 것으로 보고 이를 철폐할 경우 누진제 개편에 따른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정부 등이 혜택을 받던 가구의 반발을 우려해 강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TF 내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이 결국 ‘독박’을 쓰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담을 돌리기 위해 한전이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적자를 보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에너지 업계의 관계자는 “한전이 공제 축소 등 다양한 보전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민 반발 등을 우려한 정부가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며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결국 세금을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마저 부처 간 이견이 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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