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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짜리 일자리 전전...'알바난민' 된 1020

[소주성이 초래한 씁쓸한 新풍속도]

자영업자들 주휴수당 부담에

15시간미만 쪼개기고용 급증

4월 초단기근로자 수 128만

관련통계 작성이후 가장 많아

소득 개선 커녕 乙대乙 대립만

0615A01 삽화




# 군 제대 후 복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4)씨는 아르바이트만 3개를 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다 저녁 시간에 맞춰 학교 앞 고깃집으로 이동하고 밤에는 호프집에서 마지막 일을 하는 식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김씨는 “원래 한 군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는데 많은 가게에서 2~3시간 짧게 근무할 사람만 찾아 어쩔 수 없었다”며 “심지어 점심 장사를 하기 전에 오픈 준비만 돕는 식으로 한 시간 일할 사람을 찾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지난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하고 올해부터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주휴수당 지급이 명문화되면서 ‘쪼개기 알바’라는 신(新) 풍속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초단기근로자(주당 15시간 미만 근로) 수는 128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2000년의 주당 1~14시간 취업자 수(32만2,000명)와 비교하면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비율도 2000년 2.0%에서 올해 4.7%로 급상승했다.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부담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이 일명 ‘쪼개기 고용’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용계층인 대학생이나 비정규직들이 여러 개의 초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을(乙)과 을’ 모두를 힘겹게 만드는 셈이다.

초단기 근로자의 증가 추세는 최근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2% 초중반을 유지했으나 2010년 3.3%로 급등했다. 이후 3% 초중반에 머물던 수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펼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2018년 4월에는 전년 대비 9만9,000명 증가한 103만9,000명(전체 취업자 수 대비 3.9%)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4월에는 이보다 24만3,000명 증가하며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1.1% 이후 최고(23.4%)를 기록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현 정부 들어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숫자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이나 주휴수당 지급 등도 원인 중 하나지만 공공 재정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나 경기 부진, 자발적 근무시간 단축 등의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0615A05 주당15시간미만취업자수


자영업자들이나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이 통계상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음식점이나 호프집 등에서는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바쁜 시간대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짧게 고용하면서 하루 2~3시간은 물론 1시간짜리 일자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손님이 꾸준한 편인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역시 주휴수당을 피하려 ‘7시간·2일’이나 ‘3시간·5일’ 형식으로 쪼개기 고용에 나서고 있다. 실제 대학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모(31)씨는 평일 1명, 주말 1명씩만 고용했던 직원을 올 들어 평일 3명, 주말 2명으로 늘렸다. 주휴수당 지급에 따른 부담으로 기존에는 한 명이 담당하던 업무 시간을 여러 명에게 나눈 것이다. 장씨는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 한 명을 일주일에 15시간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2만5,050원의 주휴수당을 합쳐 15만300원,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원 정도를 줘야 한다”며 “인건비만 20% 가까이 늘어나는 셈으로 한 달에 40만원가량의 순수익이 없어지는데 누가 감당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을과 을의 대립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한다. 일자리 시장에서 취약계층인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지급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어려움만 겪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한 번 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경우 서민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현 정부의 성장 전략은 내수 위주인데 투자·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만 늘어나고 있다”며 “최저임금 급등이 경제에 굉장한 충격을 준 탓인데 빨리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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