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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아이콘' 카카오의 웃픈 현실

문제 안됐던 손자회사 신고 누락

공정위와 전속고발권 갈등 속

검찰이 2년 뒤 문제 삼아 고발

카뱅 '대주주적격성' 발목 잡아

금융위도 "소송중이라며" 뒷짐





지난 2018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지분 신고 과정에서 5개사를 누락한 카카오에 경고조치라는 경징계를 내렸다. 실무자의 경험 부족에 따른 단순과실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카카오의 사소한 실수였다는 게 당시 업계의 반응이었다. 앞서 2016년 1월 카카오는 음원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로엔(옛 서울음반)을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됐고 이어 3월 모든 계열사 지분을 신고했는데 이때 2015년 인수한 카카오게임즈(옛 엔진)의 자회사들(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 친구, 모두다, 디엠티씨)이 빠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로서는 기존 대기업들과 달리 상출제 제한에 따른 공정위 신고를 처음 해봐 해당 업무에 익숙지 않았던데다 엔플루토 등 5개 회사는 총자산이 2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슬이 퍼런 공정위조차 작은 실수로 인정해 경고에 그쳤던 신고 누락이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카카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문제로 카카오가 금융산업의 혁신을 표방하며 출범시킨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후 문제의 5개 손자회사가 누락된 점을 인지하고 공정위에 자진신고를 했고 공정위는 이런 정황 등을 참작해 경징계에 그친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결론을 낸 지 10개월이 지난 2018년 11월 검찰이 느닷없이 해당 신고 누락건을 문제 삼고 나섰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약식기소한 것이다. 다음달 법원은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당시 불거진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위 간 갈등이 이 사안을 키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 당국 간의 충돌 탓에 애꿎은 민간기업 성장만 발목이 잡혔다는 얘기다.

이후 김 의장은 약식명령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다른 대기업 2곳이 벌금을 내고 사건을 종결시킨 것과는 다른 대응이었다. 그만큼 억울했던 것이고 그 결과 최근 1심에서 공시 누락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카카오뱅크의 불확실한 미래가 매듭지어지는 듯 보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검찰이 불복해 9일 항소했기 때문이다. 한편 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 역시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카카오뱅크 문제를 방관만 하고 있다.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무자의 사소한 실수가 금융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진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의 위기는 수많은 규제와 부처 간 주도권 싸움, 다른 부처의 눈치 보기 등 혁신을 가로막는 대한민국의 총체적 문제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도처에 만연한 규제와 정부 당국의 행태를 보면 카카오 같은 기업은 혁신이 아닌 사양 기업으로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검찰의 항소 소식을 접한 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관계자는 이렇게 강조했다. 규제만으로도 혁신이 어려운 형편인데 부처들의 주도권 싸움에 수수방관까지 겹쳐 기업들만 멍들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카카오의 계열사 누락은 단순히 실무 미숙에 따른 것이었고 2개월 만에 해당 기업이 자진신고를 했던 사안을 놓고 검찰이 이처럼 칼을 가는 데 대해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이미 소관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순 과실로 봐 경징계 처리한 사례를 놓고 굳이 1억원짜리 벌금을 매기려고 재판정의 판결에 불복하는 데는 다른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해석은 분분하지만 검찰이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해 카카오 계열사 신고 누락건을 들쑤시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는 법무부의 움직임에 공정위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검찰이 공정위의 허점을 찾으려 이것저것을 뒤지다 카카오건을 문제 삼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당연히 이 같은 시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치권과 산업계는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현행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대기업이 최대 34%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다만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따라서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승소해 김 의장 측이 벌금이라도 물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카오 측은 카뱅을 키우기 위한 사업계획에 드라이브를 걸지 못한 채 재판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업무를 맡은 금융당국도 카뱅과 관련해서는 재판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처지다. 카카오 측은 그야말로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규제혁신 1호 안건으로 인터넷은행 지분에 대한 규제 완화를 상정하는 등 핀테크 혁신에 힘을 실어줬지만 정작 경제현장에서는 온갖 장벽에 막혀 규제 완화의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수난은 KT가 투자한 케이뱅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인터넷은행특례법 입법의 훈풍을 타고 지분을 늘려 대주주가 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하지만 공정위가 담합 혐의가 있다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업 순항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금융위의 KT에 대한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동결된 상태다. 결국 케이뱅크의 증자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당초 계획은 5,9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려는 내용이었으나 현재까지 전환신주 발행으로 412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공정거래법 위반이 인터넷은행 대주주들을 손보기 위한 ‘전가의 보도’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에서는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인터넷은행특례법의 대주주 자격 중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여권 진보 성향 의원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 실제 입법에 이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김 의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은행법 등 금융 관련 법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항이 대주주 자격 요건으로 들어가 있지만 애초부터 금융상품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허가를 받아 출시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거의 없다”며 “반면 인터넷은행 진입이 가능한 산업자본의 경우 금융사와 다른 인허가 구조로 경쟁이 이뤄져 공정거래법의 칼끝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 시 대주주 적격 자격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조항을 빼야 한다는 게 김 의원 측의 진단이다.

관련 업체들은 문 대통령이 혁신을 통한 신사업 육성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 및 사법당국 차원에서는 이런 의지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고 규제와 사정의 서슬이 퍼렇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조차 이런 환경에서는 신성장 기업이 아닌 사양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IT 업계는 남의 일처럼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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