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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인데 전기료 3,000억 부담… 확실한 손실보전 있어야"

한전 누진제 개편안 의결 보류

로펌 2곳서 자문받아 보고

사외이사들 반대 의견 제시

소액주주들 소송땐 부담 커

내달 시행계획 차질 가능성

김종갑(앞줄 오른쪽 세번째) 한전 사장과 이사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전 아트센터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다룰 이사회가 개의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한국전력 이사회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의결을 전격 보류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외이사들의 배임 우려가 예상보다 훨씬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이사진은 정부 측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 가능성을 따져본 로펌 두 곳의 자문 결과를 처음으로 받아봤다. 한전 측이 로펌 자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이사진이 이례적으로 의결을 보류한 만큼 ‘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진의 구성을 살펴보면 사실상 사외이사 모두가 의결을 반대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전 이사회는 김종갑 한전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7명과 김태유 서울대 공과대학 명예교수(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전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과반 이상이면 의결된다. 정부 측 개편안을 따르는 한전 내부의 상임이사들이 사외이사 1명만 설득한 뒤 표결을 강행했더라도 안건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 전 사외이사들끼리 모여 이 사안을 심각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외이사들의 배임 우려가 상당한 수준인 상황에서 표결에 붙인다면 부결이 나올 수 있어 일단 보류 결정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고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2시40분경 이사회 논의를 마치고 나온 김종갑 사장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다. 기자들이 “회의 때 반발이 거세 판단 자체를 유보한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정부가 제시한 손실 보전 방안이 배임 우려를 씻을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세 가지 중 여름철(7~8월) 누진구간을 확장하는 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했다. 이 경우 1,629만가구가 월 1만142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되고 한전은 연간 2,847억원(지난해 기준) 수준의 부담을 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전의 부담을 보전해 줄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당정이 물밑에서 한전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화되지 않은 데다 지난해 약속을 어긴 전력도 있다. 정부는 현재 에너지특별회계를 활용하거나 산업용 전기요금 등을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 로드맵에서 전체 전기요금 제도 자체를 바꿔 한전의 손실을 메워주는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여름철 전기요금을 깎아주고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인데다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도 여의치 않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 정부는 여름철 한시요금 인하로 발생한 부담액에 대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한전의 부담액 3,600억원을 보전해주지 않았다.

현재 한전의 적자 재무 상태는 배임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한전은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도 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악의 실적을 이어오는 형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늘어난 데다 연료비도 오른 탓이다. 한전 소액주주들도 개편안이 의결될 경우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보류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한전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항의”라고 말했다.

이날 전기요금 개편안이 이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당초 다음주 전기위원회 심의와 인가를 거쳐 다음 달부터 누진제 개편을 시행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8월 초에 결정해 7월까지 소급적용을 한 만큼 이번에도 의결만 된다면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한전 의사결정 절차를 존중하고 최대한 협의해 향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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