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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21> 미·러 핵군축 속 中만 확대…시진핑, '로켓군' 창설해 핵심전력 육성

■ 세계 3위 핵 보유국 오른 중국

지난해 핵탄두 10개 늘려 290개 일각선 "훨씬 많을 수도"

미사일 등 로켓·운송수단 개발에도 열올려 '즉시 무기화' 채비

美, 러와 맺은 INF 폐기..조약규제 안받는 中에 경고 메시지

中 "핵군축 결단코 반대"..무역전쟁 넘어 군사갈등 움직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인민해방군 공군 대표단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도 특히 군사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 지난 4월23일 한반도를 마주 보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해상열병식(관함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예고돼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규모만이 아니었다. 이날 관함식을 주재한 시진핑 국가주석 앞을 지나간 중국 함대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잠수함 편대였다. 특히 최대·최신예 핵잠수함인 ‘094형’ 창정10호가 선두에 섰다. 창정10호는 사거리가 1만1,000㎞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2A’를 12발이나 탑재하고 있다. 중국 근해에서 곧바로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남중국해·대만 등을 두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최신예 핵무기를 등장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 이에 앞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폐기했다. 러시아가 조약에 규정된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이 같은 공세를 취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은 물론 기존 조약범위 밖에 있는 중국까지 포함한 새로운 핵군비 통제체제를 만들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최근 핵무기를 줄이는 것과 달리 핵무기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조약을 폐기하는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보다 많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는 핵군축 협정을 맺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발동한 상황에서 중국을 의식해 핵무기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미국이 중국에 대해 큰 위협을 느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스웨덴 비영리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공개한 올해 연감(SIPRI Yearbook 2019)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290개로 전년(280개)보다 10개가 늘었다. SIPRI는 “중국은 최근 핵무기 숫자를 조금씩 늘리면서 정교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세계 핵무기의 90%가량을 독점한 곳은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6,500개, 미국은 6,185개의 핵탄두를 각각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의 보유량은 전년 대비 각각 4~5% 줄어든 수준이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공식적인 5대 보유국 가운데 오직 중국만 핵무기 보유량을 늘렸다. SIPRI가 집계한 핵탄두 수에서는 중국이 프랑스에 다소 뒤처지지만 지속적인 확장과 현대화 측면에서는 사실상 중국이 세계 3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특히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다. 중국은 매년 국방비를 10% 가까이 늘리면서 첨단무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대외적으로도 과시한다. 당초 표방했던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도 사실상 폐기한 상태다.



중국 국방부 등에 따르면 중국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1964년이다. 미국(1945년)이나 러시아(옛소련·1949년)에 비하면 20년 가까이 늦다.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것은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중국은 당초 소련에서 핵기술을 배웠지만 스탈린 사후 중소 마찰이 심해지면서 독자 개발에 나섰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의 마찰이 심해지자 ‘절대무기’인 핵 개발에 매달린 것이다. 연구 10년 만에 핵무기를 개발한 중국은 이어 1967년 수소폭탄 실험에도 성공했다.

중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국내외적으로 반대가 심했다. 미국이나 소련은 중국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군사개입을 경고했고 중국 내에서도 한정된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는 데 불만이 많았다. 1950년대 말은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중국 사회가 휘청거릴 때였다.

하지만 당시 실권자인 마오쩌둥의 결심이 워낙 강했다. 마오는 1956년 4월 개최된 중공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현재 이 세계에서 타인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원자폭탄을 가져야 한다”며 주위의 반대를 일축했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미국과 소련 모두 이를 기정사실화하자 중국은 대외전쟁의 리스크 없이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에 몰두할 여유를 갖게 됐다.

미국은 중국 핵무기에 대해 처음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중국의 핵무기 보유에 소련 견제 효과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0년 중국이 자국에서 만든 로켓을 이용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중국은 1970년 4월 창정1호 로켓에 173㎏의 인공위성 ‘동방홍1호’를 실어 우주궤도에 진입시켰다. 인공위성 발사 로켓에 핵탄두를 탑재하면 곧바로 무기가 된다.



중국은 로켓 등 핵탄두를 멀리 보낼 수 있는 운반수단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최근 로켓 발사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것이 곧바로 무기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4월 관함식에 등장한 핵잠수함용 SLBM은 이미 1982년에 첫선을 보였다. 1982년 10월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수중발사 실험을 시작으로 1986년에는 사정거리 1,700㎞인 JL-1을 실전 배치했다. 창정10호 핵잠수함에 탑재한 JL-2A는 이것의 최신판 개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도 점차 개선됐다. 1981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만3,000㎞의 ICBM 둥펑(DF)-5A가 배치된 데 이어 2012년에는 핵탄두 10개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 이상의 DF-41 발사에도 성공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를 뚫을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쥔 것이다.

최근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항공무기 박람회에 전시된 중국산 미사일 시스템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블룸버그


중국의 핵무기 체제는 2013년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대 변화를 맞았다. 2016년에는 중국군의 대대적인 군제개편을 통해 육해공군과 별도인 ‘로켓군(火箭軍·Rocket Force)’이 창설됐다. 로켓군은 이름 그대로 미사일과 핵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대다. 중국은 앞서 2015년에 기존 230만명이었던 병력을 200만명으로 줄이면서도 로켓군의 병력과 장비는 늘렸다. 시 주석은 로켓군 창설 당시 “로켓군은 우리나라 전략적 억지력의 핵심전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국이 이토록 핵무기에 신경을 쓰는 것은 그것이 군사 강대국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1950년 한국전쟁과 1958년 대만해협 분쟁 등 중국은 과거에 줄곧 미국의 핵 공격 위협에 시달렸다. 마오가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핵폭탄 개발에 골몰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핵무기를 개발하고 나자 핵 공격을 당할 위험은 사라졌다. 러시아·미국·중국·프랑스·영국 등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 모두가 공인된 핵보유국이라는 데서 핵무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미소 냉전이 끝난 후 한동안 잠잠하던 중국 핵무기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팽창하며 인근 국가와 대립하고 여기에 미국이 개입하면서 ‘중국위협론’이 되살아난 것이다. 중국위협론의 근저에는 중국이 핵보유국이자 여전히 이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당시 소련)와 1987년 체결했던 INF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것 역시 표면적 이유는 러시아의 조약 미준수였지만 핵심은 중국이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다양한 조약을 통해 핵무기를 감축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아직 어떠한 조약의 규제도 받고 있지 않다. 마음대로 핵무기 보유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걸고넘어지면서 중국의 핵확산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미중 무역갈등 다음이 군사갈등이라는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의 진짜 목표는 중국을 포함한 더 광범위한 ‘미사일 금지’”라며 “트럼프 정부 인사들은 이 조약이 중국의 군비확장 등 새로운 군사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었다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중국인 관람객들이 한 전시장에 마련된 중국산 로켓 모형들을 둘러보고 있다. /블룸버그


이에 대해 중국은 상황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러시아는 이미 6,000개가 넘는 핵탄두를 가졌지만 중국의 보유량은 300개도 안 된다는 것이다. 5월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떤 나라가 중국의 군축을 얘기하는 데는 결단코 반대한다”며 “중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러시아와의 3개국 간 핵군축 협의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스스로 핵군축에 대한 논의 자체를 반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은 2016년 한국이 북한 핵 위협을 이유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한 데 대해 터무니없는 경제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핵무기 관련 정보를 대부분 숨기는 중국이 알려진 290개보다 훨씬 더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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