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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소재' 재고 두달치 뿐...장기화 땐 메모리공장 멈출수도

[日, 韓에 경제보복] '발등의 불' 반도체

고품질 '리지스트'는 日 대체할 곳 사실상 없어 '난감'

불화수소 거래처 구해도 추가비용...中법인도 불똥 우려

日 수출 전면중단 땐 美기업 등도 피해...압박용 무게

반도체 원천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반도체 실험실에서 ICT소재부품연구원들이 연구 중인 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발표를 강행하자 관련 기업들은 무거운 긴장감에 휩싸였다. 대책을 논의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화학물질 3종에 대한 ‘수출 허가제’가 곧바로 수출 단절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언제든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만큼 일단 일본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달가량으로 추산되는 재고가 소진되고 화학물질 공급도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메모리 공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반도체 업계의 고위 임원은 “이번 조치로 일본 정부가 90일 정도로 예상되는 허가 심사를 최대한 끌면서 찔끔찔끔 수출을 허용해도 메모리 생산은 차질을 겪는다”며 “일부 소재는 아예 대체재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본 제외하면 세계 어디도 없는 ‘고품질 리지스트’=부품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막강한 기술력은 이번 규제 사태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반도체의 경우 제조공정 가운데 코팅 막을 씌우는 사진 감광액 ‘리지스트’와 반도체 웨이퍼의 세정 및 식각 공정에 필요한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가 규제 대상이다. 일본의 전 세계 공급량은 최대 90%에 이른다.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리지스트는 대체재가 없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 기업의 한 관계자는 “리지스트의 경우 저품질 제품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하지만 고품질 제품은 신에츠·스미모토 등 일본 기업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재고가 떨어지고 소재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D램·낸드플래시 할 것 없이 메모리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유통 및 보관, 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 불화수소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일본 대체재를 국내나 다른 지역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선을 새로 발굴할 경우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비싼 물류비, 신규 거래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은 가격 하락에 신음하고 있는 반도체 업체에는 부담이다. 여기다 일본의 공급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소재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까지도 감내해야 한다. 업계의 한 임원은 “리지스트든, 불화수소든 하나만 없어도 공장 가동은 못한다”며 “실제 공급 차질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의 중국 공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이,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이 있다. 중국 공장의 경우 일본에서 바로 소재를 수입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수입한 소재가 건너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공장이라 봐줄 수도 있지만 한국 기업의 공장이라고 똑같이 제한을 둘 수도 있다”며 “일본이 어떻게 판단할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패널의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국내 공급사가 없어 일본의 스미모토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 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경우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가전 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1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일본 경제산업성. /연합뉴스


◇일본, 공급 중단보다 압박에 무게…중단하면 미국 등도 피해=일본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있는 제도를 활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측의 강제징용에 대한 피해보상 요구로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에 이번 조치를 강구했지만 적법한 절차라는 것이다. ‘적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도 막무가내로 수출 중단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면적인 수출 제한보다는 절차상의 불편함을 주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소재 수출을 못하는 일본 기업의 피해도 막심해질 수 있다”고 봤다.

만일 일본 정부가 진짜 수출 중단을 결정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자연스레 감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메모리 재고 소진이 어려운 상황이라 이참에 물량을 털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우리 기업이 메모리를 못 만드는 사태가 되면 애플·HP·델 등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메모리 수요업체도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정부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주요20개국(G20) 회의를 통해 무역분쟁의 확전을 막은 마당에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고 화웨이 사태와 비슷한 사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기업도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상훈·박효정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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