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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가라"…PC방에서 '급식체' 연구하는 교수님 [썸띵나우]

정윤성 건국대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




바야흐로 ‘요즘 애들’의 세상이 왔다. ‘꼰대’는 말 그대로 설 자리를 잃었다. ‘꼰대’는 이전부터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말로 종종 쓰여온 은어이지만 최근 들어 그 의미가 확장돼 자신 생각을 강요하는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 용어 사전까지 등장하며 ‘꼰대’는 세대차이를 더욱 공고히 하는 용어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은 듣기 싫은 윗사람의 말을 ‘꼰대질’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이 되고, ‘옛날 사람들’은 꼰대 소리를 듣기 싫어 입을 다물게 된다.

이런 시대에 용감무쌍하게 요즘 애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교수가 있다. 학생들 못지않은 신조어 사용으로 대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을 평정한 건국대학교 줄기세포재생공학과 정윤성(44세) 교수가 그 주인공. 그를 만나 ‘요즘 애들 소통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스스로를 구세대라 칭하고, 세대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노력이 있다면 간극을 어느 정도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애들과 소통하기 위한 그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에브리타임에 쓰는 글을 보면 ‘햄최몇’(햄버거 최대 몇 개 먹을 수 있나요?) 등을 비롯해 신조어를 굉장히 많이 알고 있다. 비결을 알려달라.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한다. 특히 신조어는 유쾌한 의미로 사용되던 것이 1~2년 만에 상대방을 비하하는 뜻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작년에 유행했던 용어를 올해 강의에서 사용하면 오히려 나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새로운 용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가령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부지런히 살피면서 새로운 용어를 이해하려 한다. 또 1년에 3번 정도 PC방을 찾는다. 대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온갖 신조어를 사용한다. 그러면 나는 그 사이에 앉아서 게임은 하지 않고 그들의 용어를 검색 창에 찾아보곤 한다. 간혹 단어장을 만들어 익히는 경우도 있다. 신조어를 어떤 대화 맥락에서 이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도 교수님인데 왜 그렇게까지 노력하는가.

=학생들과 소통이 돼야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교수 개인의 강의력이 좋다고 해도 혼자 앞에서 강의만 한다면 학생들에게 100% 전달되기는 힘들다. 교수가 따분하고 경직돼있는 존재로 인식된다면 학생들이 받아들이는 효율도 당연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학생 때 나를 지도하던 교수에 비슷한 불만을 가졌기 때문에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학생들이 강의를 더 잘 따라온다는 것이 실제로 체감되기도 한다. 초보 교수일 때는 이 정도로 학생들과의 소통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강의만 열심히 할 때에는 학생들의 이해도나 흡수 정도가 지금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학생들의 강의 이해도도 개선되는 것이 느껴진다.

■실제 강의 시간에는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하는가.

무조건 웃기려고 한다기 보다는 지루하지 않게 학생들만의 용어를 설명할 때 사용한다. 가령 화학에서 “A라는 물질과 B라는 물질이 만나서 C나 D의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C 물질이 만들어진다면 그게 가장 ‘꿀’(좋다, 효율적이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방법이 덜 빡세니까(힘드니까)”라는 식으로 강의를 한다. 혹은 강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보일 경우 “이거 시험에 나왔는데 문제 이해 못하고 질문하면 안알랴줌(안 알려줌)” 같은 식으로 말하면서 주의를 환기하기도 한다. 기존의 정제된 용어로 강의를 하면 아무리 교수가 웃기려고 노력해도 학생들의 유머코드와는 다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세대에 맞는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교수는 다 꼰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한다. 나도 어렸을 적 부모님이나 교수님은 다 꼰대라고 생각했다. 기성세대가 왜 꼰대처럼 보이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학생들은 윗사람이 자신에게 지적할 때 꼰대라고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윗사람의 조언인 경우 반박을 하기가 어려워서 더욱 꼰대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윗사람의 조언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조금 유하게 장난을 치면서 조언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마저도 세대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노력한다 하더라도 학생들에 따라서는 조언 받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커뮤니티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나?

학생들의 강의 반응 등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꾸준히 해왔다. 현재 사용하는 ‘에브리타임’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건국대 자체 커뮤니티인 ‘쿵’이 더 컸기 때문에 그 곳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려 했다. ‘쿵’에서는 글이나 댓글은 남기지 않고,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나, 교수에게 어떤 요구사항이 있나를 살펴보기 위해 모니터링 하는 정도였다. 간혹 교수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러다가 스마트 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웹사이트 보다는 어플리케이션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도 학생들을 따라 ‘에브리타임’을 이용하게 됐다. 집중적으로 에브리타임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시기는 2018년 2학기 정도부터다.

■에브리타임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댓글이나 에피소드가 있나?

=‘교수님, 진짜 교수님이세요?’, ‘소통하셔서 재미있고 신기해요’, ‘다른 교수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는 등의 댓글이 인상 깊었다.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는 직접 와서 ‘에브리타임 잘 보고 있어요’하며 응원하는 학생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에브리타임을 안 하는데, 간혹 쉬는 시간에 에브리타임을 켜보면 ‘강의 너무 어려워요’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강의실 현장에서 “너무 어려워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SNS를 손 쉽게 사용하니 소통하기도 더 쉬워지는 것 같다. 또 에브리타임의 쪽지 기능을 통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 진로 상담이나 인생 상담을 요청하는 쪽지가 하루에 3~4 통 정도 온다. 학생들과 강의실 밖에서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한 학기가 끝났다. 특별한 방학 계획이 있는가?

휴식도 취하고, 연구도 할 계획이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교수의 모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방학 동안에도 강의 구상은 할 예정이다. 유튜브를 통해 학생들에게 화학과의 전공 기초에 해당하는 강의를 무료로 찍어 올릴 계획이다. 내가 가르치는 일반화학이나 유기화학 같은 과목은 저학년 때 수강을 했더라도 3, 4 학년이 돼서 다른 시험을 준비할 때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때 기초를 탄탄히 다지지 못했던 학생이나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결국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강의 비용이 꽤 비싸다. 그런 학생들이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튜브 강의를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와 장비도 준비 중에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건국대학교 학생, 그리고 내가 강의를 맡고 있는 타 대학의 학생들 모두 지나가다 마주치면 인사를 해주면 좋겠다. 학생들의 인사는 늘 반가우니까.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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