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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성민, “배우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된다”

영화 ‘비스트’ 강력반 에이스 형사 ‘한수’ 역

“‘비스트’를 통해 역시 배우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장르불문 독보적 캐릭터 메이커를 입증한 이성민이 자신 안에 감춰 둔 ‘괴물’을 꺼내들었다. “이 정도로 극강의 괴물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많이 놀랐다”고 말하며 새로운 도전에 만족감을 내보였다.

지난 26일 개봉한 ‘비스트’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 라이벌 형사들의 강렬한 격돌로 스릴을 선사하는 작품. 2005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리메이크했다.





최근 ‘공작’(2018), ‘목격자’(2018)의 흥행 2연타로 충무로 대표 배우임을 입증한 이성민은 “스트레스 없이는 좋은 성과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공작’이 초심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면, ‘비스트’를 통해선, 역시 배우는 게으름 피우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죠. 배우가 아플수록, 땀을 흘릴수록, 괴로워할수록 연기가 잘 나오더라고요. 몸이 편안하면 안 된다.”

이성민은 이번 작품에서 범인을 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에 가담한 형사 ‘정한수’ 역을 맡아,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폭넓고 강렬한 감정 연기와 강도 높은 액션까지 선보인다. 그는 캐릭터의 내적 갈등과 혼란을 밀도 있게 표현, 실제로 눈에 실핏줄이 터질 만큼 혼신을 다한 열연을 펼쳐 눈길을 끈다.

‘한수’는 폭발 직전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극한의 감정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성민은 그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그 감정을 관객이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걱정됐다고 했다.

“워낙 감정이 무겁고 박한 영화라 촬영하면서도 힘들었다.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막상 현장에서 한신 한신 찍을 때마다 예상했던 것보다 셌다. 인물이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는데, 도대체 엔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이성민은 자신 안에 있는 극한의 ‘비스트’를 꺼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점점 예민해져갔다. 영화를 촬영하며 가진 스트레스는 ‘한수’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해져갔다. 그렇게 캐릭터가 완성됐다.

“저는 제 안에 짐승이 없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다양한 면은 있겠지만 한수의 극한의 감정을 통해 나한테 없는 걸 꺼내야 했다. 역대급으로 배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할까. 그래도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작품, 그리고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베스트셀러’, ‘방황하는 칼날’ 두 편의 스릴러 작품에 이어 ‘비스트’의 메가폰을 잡으며 스릴러 스페셜리스트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정호 감독. 그가 이번 영화에서 인물 관계의 역전에서 오는 서스펜스와 감정들을 담고자 했음을 강조했다. 이성민 배우와 연달아 작품을 하고 있는 이정호 감독은 이성민도 인식하지 못했던 ‘비스트’를 끄집어냈다.



이성민은 “감독님이 제게 없는 ‘비스트’ 같은 모습을 끄집어내기 위해서 저를 쓰신 것 같다”고 말하며 감독에 대한 애정을 내보였다. 이성민은 이정호 감독이 영화를 통해 화두를 던지는 방식에 매료됐다.

“감독님의 구사하는 이야기나 구조들을 보면 늘 동전의 양면처럼 바라보는 느낌이다. ‘방황하는 칼날’에서 다룬 청소년 문제도 그렇다. ‘미성년자의 범죄는 용서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처럼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신다. 이번 ‘비스트’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 영화는 형사가 형사를 잡는 이야기다. 인간의 본질, 깊숙이 숨겨져 있는 본성을 끄집어내는 작품이다. 모든 인물과 그들이 놓인 상황을 역전시키며 ‘누가 진짜 괴물인가’ 란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신다.”

‘비스트’는 기존의 한국 형사물과는 다르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방식에서 벗어나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신념을 위해 법과 원칙을 무시하거나, 상대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등 궁지에 몰린 인물들의 내면과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 역전에 집중하며 밀도 높은 심리 서스펜스를 창출해낸다.





이성민은 “범인을 추적하고 잡아나는 과정이 아닌 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랐던 것 같다. 그런 지점이 기존 형사물과 달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 30년 동안 20년이 넘게 연극 무대를 누빈 이성민. 그는 “나이 들면 처음 연극을 시작했던 경북 영주에 있는 극단에 가서 다시 노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초지일관 다시 태어나면 배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입버릇 처럼 말 해온 그다. 스스로를 포장하는 것을 싫어하는 그 다운 답변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나이가 들수록 ‘배우 일이 외롭지 않은 직업임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 다행이다는 점.

“ 배우란 일이 동료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과 협업을 해야 할 수 있다. 배우 혼자서만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외롭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마음이 놓인다.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배우의 연기가 빛나는 거고, 좋은 캐릭터는 또 좋은 시나리오 안에 있다. 좋은 시나리오는 좋은 연출자가 나와야 발현이 될 수 있다. 직장인들이 매일 출근하듯이 배우란 일이 ‘저의 일’로 생각된다. 정말 솔직하게,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니까.”

[사진=NEW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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