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부품소재, 일본 이기려면 일본 배워라

틈새시장서 초격차 '니치 톱'

수십년 한우물 '모노즈쿠리'

'대기업·중기 한식구' 철학

과감한 R&D 지원·규제완화





눈물을 머금고 ‘부품소재 징비록’을 써야 할 때다. 일본이 억지주장을 내세우며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자 한국 기업들은 물량을 구하느라 그야말로 혼비백산이 됐다. 언제든지 일본의 부품소재 속국(屬國)이 될 수 있다는 뼈아픈 경험을 하는 만큼 철저하게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 배워 극일(克日)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일본은 왜 강한가. 우선 틈새시장을 찾아 세계 1위를 겨냥하는 ‘니치톱’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 2014년 ‘글로벌 니치톱 100(GNT 100)’ 정책을 내걸고 부품소재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작은 연못에서도 큰 잉어를 잡을 수 있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남들이 간과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결정권(프라이스세터)을 쥐겠다는 의미다. 일본 기업 스텔라케미파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로 에칭가스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린다. 미쓰이금속은 스마트폰용 초박형 동박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고 스미토모중기계공업은 의료용 자기공명영상(MRI)기기용 냉동기 시장의 80%를 확보하고 있다.

제품에 혼을 불어넣는 장인정신, 이른바 ‘모노즈쿠리’가 또 다른 뿌리다. 숙련공에 대한 대우와 투자가 탁월하다. 탄소섬유로 낚싯대를 만들었던 도레이가 보잉사에 구조물을 공급하게 된 것은 한 우물을 집요하게 파온 모노즈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주물과 부품소재 업체들이 열악한 처우를 못 이겨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일본은 이를 통해 해외 기업들이 역설계를 하지 못할 정도로 높은 전문성을 확보했고 비밀유출 차단을 위해 처리공정을 철저하게 블랙박스화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단순한 하청관계가 아니라 파트너 의식을 가진 것도 강점이다. 제품개발 초기 단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참여하는 ESI(Early Supplier Involvement) 전략을 채택해 협업관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중소기업과 제품을 공동 개발해 미국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다. 부품소재 경쟁력의 백미는 뼛속까지 스며 있는 연구개발(R&D) 투자다. 부품소재 클러스트를 조성하고 펀드를 활성화해 집중 지원한다. 특히 위험도가 높아 민간이 감내하기 힘든 분야에서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 일본통으로 평가받는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부품 소재와 세트까지 한번에 육성할 수 있는 국가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며 “부품소재와 조립이 연계되는 밸류체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