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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없는 곳으로... 간호사들 119行

작년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 591명으로 4년새 4배이상 급증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에서 3년째 근무하는 간호사 윤모(26)씨는 요즘 119구급대원으로 전직을 준비 중이다. 현재 윤씨는 월급도 괜찮고 고용불안도 크지 않다. 하지만 선뜻 드러내기 힘든 고민이 있다. 윤씨는 “병원 내에서 보이지 않는 무시와 은근한 괴롭힘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119구급대원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8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 수는 591명에 달했다. 지난 2014년 140명에서 4년 새 네 배 이상 급증했다. 간호사는 소방청이 실시하는 경력공채를 통해 구급대원이 될 수 있다.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 또는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병원 등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구급대원 경력공채에 지원할 수 있다.





소방청은 매년 상반기에 구급대원 경력공채를 실시하며 올해는 4월부터 각 시도별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현재 전체 구급대원 수는 1만882명이고 이 중 간호사 출신이 20%에 달하는 2,109명이다. 소방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력공채에서 뽑히는 간호사 출신은 600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구급대원으로 전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 내 고질적인 ‘태움’ 문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태움’이란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간호사들의 악습인 ‘태움’ 때문에 자살하는 간호사들이 생겨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부터 전국 종합병원 11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태움 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때리고 욕하고 퇴근을 못하게 하는 ‘태움’이 없는 병원은 전국에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간호사의 경력을 살려 옮길 수 있는 곳이 구급대원이라 많은 간호사가 119를 선망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간호사 출신의 한 구급대원은 “내 할 일만 잘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괴롭힘 문화도 없는 119에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며 “나도 태움을 피해 119로 왔는데 여기는 악습도 없을뿐더러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간호사처럼 인명을 구하는 보람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간호사의 구급대원 전직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나 통계는 없지만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움’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며 “소방공무원이라는 안정적 신분도 구급대원 전직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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