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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황당규제에 한국판 에어비앤비 '다자요' 사업 접었다

文 '규제자유특구 7곳' 지정했지만

빈집 해결 사업모델 낸 '다자요'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 규제 묶여

경찰 조사...불법숙박업으로 전락





정부가 규제혁신을 부르짖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황당한 규제에 발목 잡힌 혁신사업들이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빈집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 주목받았던 스타트업 ‘다자요’가 26년 전의 낡은 규제 때문에 지난 5월 결국 사업을 접었다. 정부의 규제혁신 기조와 스타트업들이 사업 운영 과정에서 부딪히는 규제 현실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4면

24일 업계에 따르면 숙박 스타트업 다자요는 최근 농어촌정비법에서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업을 할 수 있다는 요건을 위반한 혐의로 민원이 제기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다자요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주주들 외에 일반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자요는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장기 임차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민박으로 운영하는 숙박 스타트업이다. 새로워진 빈집에서의 숙박을 중개·마케팅한다는 점에서 ‘한국판 에어비앤비’ 모델로도 주목됐다. 여러 정부부처에서도 다자요 모델을 혁신사례로 소개하거나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혁신성장의 사례로 정부부처 등 여러 곳에서 언급됐지만 규제로 인해 불법숙박업이 돼 영업을 못 하고 있다”며 “법인이 빈집을 활용해 농어촌 지역에서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한 법령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다자요는 농어촌정비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하는 한편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자요의 상황은 규제혁신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 누리마루 에이펙(APEC)하우스에서 ‘규제자유특구, 지역 주도 혁신성장의 중심’을 주제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성장이 우리 목표”라며 “가장 먼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의 규제혁신은 선택 문제였지만 업종·권역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혁신은 생존 문제”라며 “정부는 규제혁신을 국정 최우선순위에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기업의 새 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승인된 특구계획은 강원의 디지털헬스케어, 대구의 스마트웰니스, 전남의 e모빌리티, 충북의 스마트 안전, 경북의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부산의 블록체인, 세종의 자율주행 등 7개 지역과 사업이다. /권경원·양지윤기자 nahere@sedaily.com



26년전 빗장에 꺾인 숙박 스타트업의 꿈

[황당규제에 사업 접은 ‘다자요’]

빈집 리모델링해 임대업 뒤 반납

폐가 해결·여행객 유입효과 등에

농민·지자체 반겼지만 불법 낙인

日은 규제개선으로 사업 활성화



다자요 “샌드박스 등 신청할 것”

빈집을 리모델링해 숙박을 중개하는 스타트업 ‘다자요’를 막은 것은 지난 1993년 제정된 농어촌민박업 규정이다. 농어촌정비법에 따르면 농어촌민박사업은 농어촌·준농어촌 지역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다자요는 방치된 빈집을 10년간 장기임차해 리모델링한 뒤 민박집으로 쓰고 집주인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사업 모델이다. ‘실거주자만 농어촌민박사업을 할 수 있다’는 사문화된 법 규정이 농가 체험을 해보고 싶은 여행객과 불어나는 폐가에 골머리를 앓던 지방자치단체 모두 반겼던 혁신사업을 불법으로 낙인 찍은 셈이다.

◇국내 사업 ‘다자요’ VS 일본 진출 ‘H2O’…같은 사업 다른 운명=당초 다자요는 제주 ‘도순 돌담집’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십곳의 지자체에서 협력 요청을 받았다. 자신이 소유한 빈집을 활용해달라고 요청한 집주인들도 100여명에 달한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여러 지자체에서 자신의 지역으로 와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다자요에 투자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이 새롭게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주인 거주 규정에 발목이 잡혀 당장 제주도 민박집 운영도 접게 됐다.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했던 주주들은 제주 도순 돌담집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 관광객들의 이용은 현재 막혀 있다.

반대로 국내 스타트업인 ‘H2O호스피탈리티’는 일본에 진출해 올해 1·4분기 매출 10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올 한 해 매출 전망도 135억원에 달한다. H2O호스피탈리티 역시 빈집의 관리·운영을 소유주로부터 위탁받은 뒤 이를 리모델링해 관광객에게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H2O호스피탈리티가 성공한 배경에는 지난해 6월 제정된 ‘신민박법’이 있다. 일본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위탁업자에게 관리를 맡기는 대신 집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집도 민박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H2O호스피탈리티 등 일본 내 스타트업은) 천편일률적인 광역도시 상업지구의 호텔과 달리 농어촌의 특성과 전통을 보존하는 방식을 택한다”며 국내도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광 활성화,빈집 해결 외치면서 규제는 딴판=스타트업 업계는 26년 전과 현재의 농어촌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만큼 농어촌민박업에 대한 규정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어촌민박업 규정이 만들어지던 1990년대 초에는 부수입을 통해 농어촌민의 총수익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면 고령화·도시이주 등으로 빈집이 ‘골칫덩이’가 된 현재에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약 107만채에 달하며 오는 2050년에는 300만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빈집을 활용하는 창업을 독려하는 등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빈집을 이용한 숙박 스타트업을 막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관광 활성화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더 많은 외국관광객이 한국으로 오도록 하고 더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숙박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는 대통령이 관광 활성화를 강조하는데도 법상의 ‘거주’ 요건 하나 때문에 스타트업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다.

◇법 개정, 규제 샌드박스 준비 중=다자요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농어촌민박업의 요건을 현행 ‘거주’에서 ‘소유’로 수정하는 내용의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한 상태다.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농어촌 소재 단독주택은 소유자는 있지만 거주자는 없는 ‘빈집’인 경우가 많다”며 “개정이 이뤄지면 농어촌 빈집 소유자의 자산가치 상승과 농어촌 산업의 진흥, 혁신벤처 성장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임시허가를 받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표는 “심각한 빈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농어촌 지역에 여행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모델이라 지금까지 지속해왔던 것”이라며 “어떻게든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 활동과 규제 샌드박스 신청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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