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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조립하는 50대·20대, 임금 4배差 난다는데...

[격변하는 車산업 생존 방정식]

호봉제론 車시장 급변 대비 어려워

인건비 부담 커 신규채용 쉽지않아

인력 줄이고 AI시대 맞춰 재교육 필요

르노삼성 부산공장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르노삼성




한국GM 부평공장이 파업으로 멈춰선 가운데 근로자가 조립라인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닛산 ‘로그’ 추가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절벽’을 앞두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는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통상적인 제조업종의 희망퇴직 조건과 비교할 때 나쁘지 않은 최대 36개월분의 위로금도 내걸었다. 경영진은 전체 임직원 4,300명의 10% 가량인 400명을 희망퇴직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30여 명에 불과했다. 회사 측은 궁여지책으로 최대 30일의 연차를 소진하는 안을 최근 노동조합에 제안했다.

르노삼성이 인력조정에 나선 것은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내년 3월로 끝나는 상황에서 추가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이에 맞춰 지난 2015년 호봉제를 폐지했음에도 과거 호봉제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장기근속 인력을 줄이는 대신 수년 간 뽑지 못했던 신규인력을 채용해 임금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였다. 르노삼성 생산라인 인력의 평균근속 연수는 18.4년으로 르노삼성 출범한 지난 2000년 출범 당시 인력 대부분이 생산라인에 배치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400명 가량이 희망퇴직했다면 최소 600명 이상의 신규 생산직 채용 여력을 확보했을 것”이라며 “호봉제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자동차 업계 전반의 문제로 효율적인 인력운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계에 ‘화석’처럼 남아있는 호봉제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로는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봉제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매년 늘어나기 때문에 신규채용과 탄력적인 인력운용이 어렵다”며 “신규인력도 호봉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뽑기가 쉽지 않다 보니 근로자들의 업계 진입이 늦고, 채용 후에는 숙련할 시간이 부족해 조기 퇴직에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은행에 따르면 국내 노동자들의 ‘주된 일자리’ 퇴직 나이는 49.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0대 초반과 큰 차이를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호봉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기도 힘들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50대와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20대의 임금이 최대 4배까지 차이가 나는 현실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동일 노동, 동일 임금’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최근 몇 년 간 호봉제 폐지를 협상 주제로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는 아예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의 경직성 해소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자동차 조립작업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맡아 빠른 속도로 자동화되고, 내연기관의 전동화로 생산라인은 훨씬 단순화돼 인력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005380)그룹 경영자문위원회는 오는 2025년까지 생산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이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지난 7월 전 직원의 3분의1 가량인 10만명을 대상으로 7억달러(약 8,000억원)를 들여 인공지능(AI), 로봇배송 시대에 맞는 직업 재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생산자동화 도입으로 생산인력 고용은 줄어들지만, 자율주행과 전동화로 서비스 부문 고용이 크게 늘어 전체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의 고용이 증가했다”며 “고용 구조의 변화에 맞춰 근로자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근로자들도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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