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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추천했다가 점수따고 싶냐고 핀잔 들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취업준비생 김모(26) 씨는 주변 군대 동기들에게 “영화 ‘82년생 김지영’ 한 번 봐라”고 권유했다가 여자들에게 점수 따고 싶냐는 비아냥을 들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의 평범한 주부 김지영(정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개봉 후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영화 흥행 열풍을 이끌고 있는 이 영화는 개봉 8일째 손익분기점 160만 명을 돌파했고 관객 수 2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지 않은 일부 남성 누리꾼들에 의해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를 당하며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동명의 원작이 페미니즘 소설로 대표됐고, 영화 또한 ‘페미니즘 영화’라는 인식이 생겨 남성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담론이 형성된 것이다.

/출처=네이버 무비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 영화 정보에 따르면 개봉 8일차인 31일 오후 4시 기준 관람객 평점은 9.53점인 반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평점을 매길 수 있는 네티즌 평점은 6.34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예매 상위권에 있는 영화들의 네티즌·관람객 평점 차가 1점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3점 넘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네티즌 평점 성별 만족도에서 여성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52점을 기록한 반면 남성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2.46점을 기록했다. 실제 관람객 성별 만족도에 있어서는 양성 모두 큰 차이가 없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 영화의 기대평과 관람평을 보면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60년대 김지영이면 이해한다 근데 82년생은 좀…?”, “피해의식 덩어리 한녀들을 위한 망상판타지 영화”, “여성부 페미들 합리화시키는 좌빨갱이영화”, “그냥 거르는 영화 난 이 영화 뭔지도 모름”, “페미는 공산주의가 만든 정신병이다” 등 비난성 댓글을 작성했다. 이를 두고 대학원생 곽모(25) 씨는 “남자랑 여자랑 커뮤니티에서 격화된 성 대결 양상이 영화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 같다”며 “이수역 폭행 사건 등의 영향으로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커뮤니티에는 영화 개봉 직후 ‘82년생 김지영보고 빡친 현직 취사병 클라스’라는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취사병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365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1,200인분의 밥을 해야 하는데 일 년에 추석 설날 합쳐봐야 기껏 일주일 남짓한 거 하기 싫다고 징징대고 있다”며 “82년생 김지영처럼 고작 10인분짜리 밥하고 전 뒤집는 게 힘들다고 하는 건가”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댓글 창에는 여성 뿐 아니라 같은 남성들끼리도 편을 나누며 비난하거나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글은 베스트 글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자신을 남성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렇게 ‘누가 더 힘들었다’ 따지며 성별 대결로만 싸워나갈 것이 아니라 각자가 겪는 고통을 그대로 이해해주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해줄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82년생 김지영’ 남편 대현 역(공유)/영화 공식 포스터


이 영화의 주인공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 역으로 출연한 공유의 생각은 어떨까. 배우이지만 한국 남성으로서 젠더 이슈 논란이 있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기에 주변에서도 만류를 많이 했다고 한다. 배우 공유는 이 영화에 대해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성별로만 구분 지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입은 상처와 그걸 극복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라며 “제가 더 공감하고 위로받았다”고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남성인 대학생 강모(23) 씨는 “소설도 읽고 영화도 봤지만 남성의 입장으로 봐도 이 영화를 페미니즘으로만 국한 지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솔직히 보면서 엄마 생각만 났고 사람 사는 이야기 중 하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대학원생 노모(28) 씨는 “현재의 20대는 가부장적이고 남아 선호 현상이 심했던 이전의 세대와는 조금은 다른 시대를 살아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남자로 살든 여자로 살든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저마다 성별로 인한 고충을 겪는데 이는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성적 역할을 고정해 놓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영화를 추천했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관련한 별점 테러는 남성들이 이 영화 텍스트 자체에 대한 불호를 표출한 것이라기보다는, 소설로 출간된 2016년부터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 된 이 작품에 대한 반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며 “특히 20대 남성들은 여성들이 고발하는 불평등 구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극단적인 성대결 구도에서 혐오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들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사회적 인식이 성숙함에 따라 젠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전략과 방식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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