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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미동맹]더 강력해지는 美 신고립주의…주한미군 '완전철수' 할수도

<1>동맹의 현주소-안보지형 흔드는 美 우선주의





시리아 철군·파리협약 탈퇴 등

美 전통의 ‘세계경찰 역할’ 거부

천문학적 국방비에 부채 눈덩이

미국민들도 “美 혼자 방어 반대”

韓 등 동맹에 거액청구서 내밀어

안보전문가 “이해관계 유지해야”

“지금부터 오직 미국만 우선된다. 미국은 다른 나라를 방어하지만 미국 혼자 방어하는 것에는 반대해야 한다.”

지난 2017년 1월20일(현지시간)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신고립주의(미국 우선주의)’의 시작을 선포했다.

사흘 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했고 이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나프타) 재협상 등을 줄줄이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 또렷해지고 있다. 연초 유네스코(UNESCO)에서 빠져 나온 데 이어 지난달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미군 철수를 발표했고 이달 초에는 파리기후협약 공식 탈퇴 절차에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만든 자유무역의 틀을 스스로 흔들고 동맹에 군사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이 같은 미국 우선주의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 지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한국과 미국의 전통적 동맹 강화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반도 안보와 한미동맹 전략에 적지 않은 변화 조짐이 뚜렷하다. 자칫 한미동맹 고리가 약화하면 한반도 지형도 급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미동맹과 미국의 한반도 안보 전략이 흔들릴 가능성을 염려하게 된 근본적 배경에는 대내적 이유와 함께 미국 정치·경제 변화 흐름과 같은 대외적 요인도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양자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문제를 키운다는 분석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신고립주의로 나아가는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석유가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지난해 말 석유 순수출국이 되면서 과거 국가의 핵심 이익으로 꼽히던 안정적 석유 확보에 나설 필요가 사라졌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24년 하루 평균 900만배럴을 수출하며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은 9일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졌다”며 “중동을 비롯해 대외개입에 나설 이유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중동의 석유·가스가 필요 없다”고 할 정도다.

세계의 경찰 역할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올 초 유라시아그룹재단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4.2%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해외개입 대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29.8%는 경제협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해외 파병을 선택한 이들은 18.1%에 그쳤다. 천문학적인 국방비에 돈을 쏟아붓기보다 이를 감세와 복지에 쓰자는 얘기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예산안은 4조7,000억달러(약 5,330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다. 전년 대비 국방예산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국방예산 요청액은 7,500억달러(약 868조1,200억원)에 달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2019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9,840억달러로 1년 새 26%나 급증했다. 국가부채도 2013년 16조7,000억달러에서 현재 22조달러대까지 불어났다. 책 ‘정글의 귀환’을 쓴 로버트 케이건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 후의 안정적인 자유무역질서는 역사적으로 예외적이며 그동안 자유의 거품 속에 살아왔던 것”이라며 “미국민들은 자유질서를 지지하면서 높은 세금을 부과받는 데 지쳤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는 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아님에도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정권을 잡으면 지금의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신고립주의의 기저에는 이런 흐름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미국의 신고립주의가 대(對)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며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정면으로 거스른데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도 주한미군 6,000명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을 턱밑에서 견제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유리함에도 6·25전쟁을 불러온 애치슨 선언 때처럼 미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동북아시아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 확률도 높다. 이대로라면 10~20년 내 주한미군이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경우 중국과 일본·북한 사이에 낀 한국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지정학자 자이한은 “한국은 일본과 중국·북한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모든 국가와 (일부 측면에서) 적대적인 관계에 있다”며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제국주의를 막으면서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고 있는 미군에 기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한미동맹을 더 단단히 다지면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이해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관계가 한 번 끊기면 이를 복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단 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게 되면 향후 분쟁이 생기더라도 돌아올 것 같지 않다”며 “한미동맹이 깨지면 미국이 (다시) 한국의 파트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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