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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면세점도 접는데...현대百 홀로 출사표 '예고된 흥행 실패'

서울3·인천1·광주1곳 신규 특허 신청받았지만 1곳 제출

'황금알'은 옛말 이미 포화상태...무리한 면세점 확장 '한계'

다이궁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빅3'만 살아남는 구조로

서울 동대문의 두타면세점.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두산이 면세사업을 포기하자 이 자리를 빌려 신규 면세점 특허를 14일 신청했다. /사진제공=두타면세점




시장의 예상대로 철저한 흥행실패였다. 서울 3곳, 인천과 광주 각각 1곳 등 5곳을 대상으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신청받았지만 서류를 낸 곳은 현대백화점면세점 단 1곳뿐. 한국의 관광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 정부의 무리한 면세점 확장 정책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잘 보여주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관세청은 14일 3일간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신청을 마감한 결과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리를 임대해 특허를 받겠다고 한 현대백화점면세점 1곳만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두타면세점이 사업을 접고 특허를 반납하겠다고 결의하자 현대백화점은 해당 사업장과 자산 일부를 5년간 618억6,511만원에 임차해 새 면세점 특허에 도전하겠다고 지난 12일 공시한 바 있다. 공시한 대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날 서류를 접수함에 따라 큰 무리가 없는 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심사를 거쳐 올해 안에 신규 면세점 특허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5곳의 특허권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기업만이 신청했다는 것은 면세점 업계의 현실을 대변한다. 시내면세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온갖 대기업이 군침을 흘렸다. 정부 역시 특허권을 늘려 면세점 산업을 키우는 정책으로 선회했고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도 특허를 주는 방안이 도입됐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 이후 업계 전체가 과당경쟁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었다.

시내면세점의 경영환경은 중국이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을 제한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현재 시내면세점 고객은 관광객이 아닌 중국의 대리구매상(다이궁)이다. 이들은 한국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해 중국에 돌아가 판매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1516A06 서울 시내면세점 현황(16판)




문제는 이들 다이궁은 소비자가 아니라 사업자 또는 사업자의 직원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원하는 상품을 가장 싸게, 가장 짧은 시간에 사야 사업 효율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할인과 쿠폰 등 혜택을 많이 주는 면세점을 원한다. 또 이들 다이궁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여행사의 서비스를 받아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는데 면세점 업계는 다이궁을 데려오는 이들 여행사에 매출의 일부를 ‘송객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준다. 이 송객수수료는 여행사와 다이궁들이 적당히 나눠 가진다.

이런 구조다 보니 다이궁들은 강북에 위치한 롯데(소공동)·신라(장충동)·신세계(충무로1가)면세점 등 빅3 면세점에서 쇼핑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 다이궁들은 여행사가 제공하는 기아차 ‘카니발’ 차량에 타고 하루 최대 3곳의 면세점을 들러 상품을 산다. 강남이나 여의도에 가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빅3’가 아닌 면세점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때 최대 40%의 송객수수료를 여행사에 주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과당경쟁의 결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여의도)과 두타면세점(동대문)은 적자 누적으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날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기존 두타면세점 자리를 빌려 새 특허를 신청한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해 다이궁을 상대로 장사하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삼성동의 기존 면세점에 더해 강북권 면세점을 추가로 열어 지역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도에서 이번 특허를 신청했다.

그러나 업계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강남과 강북 2개의 면세점 체제를 가동한다고 해도 앞날은 썩 밝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잉파워가 커지고 여행사 등과의 네트워크가 강해지겠지만 두타면세점이 포기한 자리를 현대백화점이 한다고 해서 갑자기 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빅3가 탁월한 입지를 바탕으로 쌓아놓은 이해관계자 네트워크와 진입장벽을 쉽게 뚫고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미 시내면세점 수가 포화상태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15년만 해도 롯데 3개, 신라 1개, 워커힐 1개, 동화 1개 등 6개 체제였다. 그러다 이후 단기간에 13개로 늘었고 올해 한화가 사업을 접으면서 12개가 됐다. 이어 두타까지 포기하면서 11개가 될 뻔한 상황이었지만 현대백화점이 이곳을 바탕으로 신규 특허를 신청하면서 12개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한령을 푼다고 해도 12개는 너무 많다”면서 “유커가 돌아온다고 해도 빅3 위주로 업계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취향이 바뀔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흔히 ‘면세점의 꽃’은 화장품과 향수라고들 한다. 실제로 면세점 매출의 55%가 이 분야에서 나온다. 지금은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고 한국 면세점 제품은 가짜가 없다는 믿음에서 다이궁들이 한국에서 상품을 매입해 가지만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가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더 이상의 신규 특허 발급은 업계를 더욱 멍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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