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중 사이서 어정쩡한 중립외교...‘親中 국가’ 오해만 키운 文정부

한미동맹 약해지면 中도 韓얕봐

패권전쟁 한복판서 고립될수도

도널드 트럼프(좌)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오사카=연합뉴스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성장한 중국의 존재는 냉전 이후 동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해 온 미국을 긴장하게 했다. 군사적 긴장감을 바탕으로 한 미중갈등은 경제전쟁을 불러왔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의 최전선에 있는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반도는 미·중 모두에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평택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며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했다. 중국은 한중 우호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며 한미동맹을 견제하는 완충 역할을 한국에 기대해 왔다. 미중이 동아시아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할 때는 이 같은 전략적 이점을 활용해 한국은 외교적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양국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할 때는 어김없이 위기를 맞곤 했다.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의 한국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국의 딜레마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7일 오후 오사카 웨스틴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오사카=연합뉴스


미중 패권전쟁의 격화라는 위기 속에서 현재까지 한국의 선택은 친중에 가까운 중립외교에 가까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여전히 중시하며 중국 견제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원하는 안보 공조보다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추며 중국을 배려하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10월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 사드 추가 배치 △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가입 △ 한·미·일 군사동맹 체결을 하지 않는다는 ‘3불(不)’을 중국에 약속한 것도 정부의 외교노선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대응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것은 문 대통령이 친중 노선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미 조야의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하면서 미중은 우군 찾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연합뉴스




다수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전쟁에서 문 대통령의 중립 노선이 외교적 고립을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중견국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굳건한 한미동맹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미동맹이 흔들리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에 협상력 가질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행위가 줄어들게 된다”며 “한국을 지원해 주는 나라가 없으면 중국은 한국을 더 얕볼 가능성이 높다”고 수직적 위계질서를 근본으로 하는 중국의 신(新) 중화주의 확장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미국에 동참하거나 아니면 국제미아가 되든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 격려 연설을 하고 있다./평택=연합뉴스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 중심으로 가야 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안전보장책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6.25 전쟁을 함께 하며 오랜 세월 쌓아 온 ‘혈맹’으로서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상호방위조약,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을 통해 실질적인 연결고리를 구성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기지 건설비용 등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 것도 맞지만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인계철선’으로 대표되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국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해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에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까지 발전하며 굳건해 보였지만 2000년 마늘 분쟁과 2002년 동북공정, 2012년 이어도 침범, 2016년 사드 사태 등을 돌아보면 기초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확실성이 있는 한미 동맹, 중국과의 관계는 아직 불확실의 영역”이라며 “어느 것에 기초해서 우리의 미래 전략을 마련하는 게 낫겠냐고 볼 때는 확실성이 있는 한미 동맹에 기반해 전략을 마련하는 게 보다 확실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