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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진 비상벨...불안한 '여성안심길'

전단지 등에 가려져 무용지물

설치 안된 지역도 절반 넘어

42%는 표지판 설치도 안돼

도입 6년넘었지만 관리 허술

11일 서울 서대문구 내 한 여성안심귀갓길에 비상벨이 전봇대에 설치된 가운데 전단지가 어지럽게 부착돼 있다./김지영 기자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퇴근길에 낯선 남자가 쫓아와 편의점에 피신했다. 남자가 사라진 걸 확인한 후 집으로 오는 길에 도로 위에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적힌 것을 본 김씨는 다른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는지 살펴봤다가 실망했다. 집 앞 전봇대에 경찰과 바로 연결되는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으나 전동킥보드에 가려져 있었다. 김씨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져 비상벨을 찾으려고 할 때 저게 눈에 보이겠느냐”고 말했다.

여성의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한 여성안심귀갓길이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 잘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만큼 제대로 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경찰청에 따르면 여성안심귀갓길은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2,491개다. 여성안심귀갓길이란 여성이 밤에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범죄 발생현황, 방범 시설물 등 분석해 지정한 구역이다. 폐쇄회로(CC)TV·비상벨·LED등 등 방범시설을 설치하고 경찰이 순찰을 강화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돼 관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동 관리한다.



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현장은 아직 초기 단계와 다름없다. 여성 1인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여성안심귀갓길에서 비상벨을 찾기 어려웠다. 전단지가 가득 부착된 전봇대에 비상벨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주민은 “길바닥에 크게 ‘여성안심귀갓길’이라고 쓰여 있어 여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글씨 외에 안전시설이 뭐가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여성안심귀갓길 역시 비상벨이 부착된 전봇대에 오토바이 등이 주차돼 있었다. 이 구역은 최근 바닥에 LED 등을 설치했지만 여성안심귀가를 위한 설비라는 것을 아는 지역 주민은 많지 않았다.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내 한 여성안심귀갓길에 비상벨이 전봇대에 설치된 가운데 오토바이가 전봇대 앞에 주차돼 있다. /김지영 기자


실제로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여성안심귀갓길의 42.1%는 표지판 등 안내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위급상황 발생 시 가장 필요성이 높은 비상벨의 경우 미설치율이 절반이 넘었다. 방범시설 중 CCTV만 대부분의 여성안심귀갓길에 설치된 상황이다. 경찰청과 지자체 간 협업을 바탕으로 운영되지만 재정 부담은 대부분 지자체 몫인 탓이다. 국회 행안위 측은 “재정 사정에 따라 지자체가 방범시설 설치에 소극적임을 감안해 단가가 높더라도 효과성이 입증된 방범시설의 경우 경찰청이 설치를 주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안심귀갓길에 충분한 방범시설이 구축되지 않은 데 비해 매년 지정·운영되는 여성안심귀갓길은 감소하고 있다. 2015년 3,154곳에서 올해 21%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에서도 예산 지원을 해주지만 주로 지자체가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여성안심귀갓길 지정 후 방범시설이 다 구축되고 위험 요소가 제거되면 해제하고 다른 구역에 여성안심귀갓길을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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