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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원, 검찰, 그리고 헌법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 철학' 언급

정치적 중립 잃은것과 다름없어

檢 자기반성, 사법부 독립권 보장

민주주의 기본원칙 잊지 말아야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 교수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정치권력의 불법과 남용을 견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사법권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우리 헌법도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직상으로만 삼권분립 체제를 형성해놓고, 실제로는 법원의 인사와 행정을 특정 정파나 세력이 좌지우지하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무너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사법 적폐청산을 내세워 법원에 대한 인사 물갈이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특정 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파격 승진시켜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의 요직을 장악하도록 했다. 이제 2단계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선 법관들이 참여하는 전국 법관회의에서 선출한 법관 대표 4인과 국회가 선출하는 외부위원 6인으로 구성한 위원회가 법원의 인사·예산·정책 기능을 수행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명목은 사법행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강화한다는 것이지만, 실제 효과는 법원 기능에 대한 외부 세력의 장악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위원들의 선발을 국회 다수당이 좌우하게 되므로 결국 입법부가 사법권을 장악하는 셈이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장악도 현재진행형이다. 집권 정치세력과 국회가 구성원의 인사권을 쥔 ‘공수처’를 신설해 고위공무원 관련 수사·기소 권한을 검찰로부터 빼앗아버렸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 방향을 제시하며 검찰 인사의 대폭 물갈이를 예고했다. 취임사에서 밝힌 물갈이 기준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입각해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헌법적 권한을 최대로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헌법적 권한 행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헌법이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할 것과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임을 확인하고 있으며, 검찰청법은 특히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을 강조한다. 검사의 기본 임무를 정치성향이나 이념 편향성을 배제하는 데서 찾고 있다. 검사가 국민 전체가 아닌 특정 집단이나 이념을 보호하려 들거나 정치세력과 야합하는 것은 헌정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검사에 대한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권한을 지닌 법무부 장관은 정치성향과 이념 편향성을 배제하는 인사가 이뤄지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지금 검찰 내부에서는 오랜 관행까지 무너지고 있다. 검찰권한을 제도적으로 축소할 경우,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고 항의표시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것이 관례화돼왔다. 공수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검경수사권 조정도 이뤄지는 상황인데도, 오히려 간부들이 나서 총장에게 절대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는 의견까지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권의 검찰 장악 시도에 대해 총장이라도 버텨줘야 한다는 집단 위기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 지경까지 이른 검찰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은 별론이다. 조국 일가 사건 기소, 울산시장 선거개입 하명수사, 유재수 감찰 무마 등 권력형 범죄와 비리를 한창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앞으로 이를 재판할 법원조직에 대해 전방위적인 외부세력의 압박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현 집권층의 책임이다. 이미 민변 천하가 돼버린 변호사 집단까지 포함한 법조삼륜을 모두 ‘선출된 권력’임을 내세운 특정 정치세력이 장악하려는 시도는 위헌적 발상의 ‘입법 쿠데타’라고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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