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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급'이 다른 미술관

조상인 문화레저부 차장





니컬러스 세로타 경(卿). 1988년부터 2017년까지 30년간 영국 국립미술관그룹인 테이트갤러리를 이끈 최장수 관장을 부르는 이름이다. 1999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세로타 관장’은 ‘세로타 경’으로 불렸다. 시쳇말로 ‘클래스’, 즉 ‘급(級)’이 다른 이름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에 걸맞도록 관장의 지위가 차관급으로 격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질의하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차관급으로 올리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달 초 미술관은 그동안 정규직이 아닌 ‘전문임기제’로 운영되던 39명의 정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관장 직급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장 다음가는 학예연구실장 자리는 4급 이상 공무원에 해당하는 전문임기제 가급을 확보했지만 최장 10년 근무까지 가능한 임기제다.

이에 미술계가 목소리를 냈다.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한국출판문화회관 강당에 빨간 현수막이 걸렸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라고 묻는 커다란 글씨가 적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직제개편에 관한 긴급 토론회’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수십년간 미술관에서 일한 원로들이 상당수 보였다.



요는 1969년 개관해 50주년을 넘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위상이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미술관과 문체부가 노력은 했다고 하나 어려웠던 모양이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고위공무원 나급(2급 국장급)이다. 미술관은 경복궁미술관으로 ‘셋방살이’를 하다가 과천본관과 덕수궁·서울관에 이어 개방형 수장고인 청주까지 ‘4관 체제’를 이뤘지만 관장의 직급은 그대로다. 국립국어원장·중앙도서관장·해외문화홍보원장이 문체부 산하 1급 기관장인 것과 비교하면 ‘급’이 낮다. 국회도서관장·국립해양박물관장·독립기념관장 등도 모두 차관급이고, 하다못해 문화재청 산하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또한 차관급이다. 차관급 관장이 이끄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위공무원 나급 직책이 학예연구실장, 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 기획운영단장, 경주·전주·광주박물관장 등 다섯 자리 이상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들보다 못한 이유가 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세로타 경이 처음 관장이 될 당시 테이트갤러리는 예산의 80%를 정부에서 지원 받았지만 그가 물러날 무렵에는 정부 지원 비중이 30% 미만으로 줄었다. 개인과 기업·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자립 기반을 마련했고 연간 700만명이라는 세계 최다 관람객이 미술관을 찾게 했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오늘날 국립현대미술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제시한 장기적 해법은 ‘미술관 법인화’였다. 십수년간 논의와 검토를 거치다 지난해 ‘폐기처분’된 그 법인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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