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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마슈하드





2017년 12월28일 이란의 제2도시 마슈하드에서 청년과 근로자가 주축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은 빵과 달걀 등 생필품마저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마슈하드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다음 날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이스파한·케르만샤 등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이란 보수파가 민생고를 앞세워 중도 개혁성향의 현 정부를 압박하려고 시위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보수세력의 주요 거점이자 종교도시인 마슈하드의 상징성을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마슈하드는 이란 북동부의 호라산주 주도로 ‘순교의 땅’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14세기 시아파 주류인 12이맘파의 8대 이맘(이슬람 지도자) 레자의 묘소 등 성소가 자리 잡고 있어 시아파의 3대 성지로 불리고 있다. 마슈하드는 예로부터 비옥한 농업지대이자 전략적 요충지라는 입지적 환경을 갖춘 탓에 숱한 외침을 받아야 했다. 16세기에는 우즈베크족의 공격을 받았으며 페르시아의 지배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에 점령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마슈하드에는 티무르 왕조 때 세워진 고하르샤드 이슬람교 사원 등 명소가 많아 매년 수많은 순례객이 몰린다. 중세 대문호이자 민족시인 피르다우시가 이곳에서 태어나 문화도시라는 남다른 명성도 자랑하고 있다. 신라 고승 혜초가 당시 대식국 예하에 있던 마슈하드(옛 니샤푸르)를 서단 종착지로 삼았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마슈하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확산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국 정부에서 자국민을 철수시키는 소동을 빚고 있다. 이란 정부는 중국을 다녀온 이란 사업가를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현지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접한 파키스탄이나 중국에서 허술한 검역을 피해 밀입국한 외국인이 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이러니 민심 이반을 우려해 감염사태를 축소·은폐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든 코로나19보다 더 위험한 것이 정치 바이러스라는 말은 맞는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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