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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에 급조한 한국판 뉴딜...차기 정부서 추진력 상실 우려

재정에 중독된 고용처방...기업투자 통한 일자리 창출은 뒷전

디지털 전환 강조하면서 경직된 근로시간 강제 '어불성설'

"뉴딜 이름 걸맞은 성과위해 과감한 노동개혁·규제혁파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조화시키고 고용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한국판 뉴딜을 ‘고용 안전망’의 토대 위에서 디지털과 그린 등 양대 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자가 급감하는 가운데 고용·산재보험 확대 등 고용 안전망을 강력하게 구축하면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 개편,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철회 등과 같은 노동 유연성 확보 없이는 재정 투입에 의존한 국가 프로젝트가 ‘뉴딜’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판 뉴딜 정책을 조급하게 만들다 보니 차기 정권이나 정부에서 추진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규제 방점 ‘그린 뉴딜’이 혁신성장 발목 잡을 우려

신산업 육성이 핵심인 ‘디지털 뉴딜’과 환경 규제가 포함된 ‘그린 뉴딜’이 어정쩡하게 조합되면서 성장과 규제 사이의 부조화가 빚어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로봇 등 신산업 분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온실가스 감축 확대, 배출권거래제 강화 등이 담긴 그린 뉴딜과 충돌을 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른바 개별적으로 틀린 방향이 아니면 전체적으로도 논리가 성립할 것으로 섣불리 추론하는 데서 발생하는 ‘구성의 오류’다. 더욱이 정부가 6년간 7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면 그 이후에는 민간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하는데 기업이 체감할 만한 규제 혁파가 선행되지 않으면 당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면 가만히 있어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데 산업 현장에 부담스러운 규제는 ‘현상 유지’하면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니 이도 저도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정부가 핵심 개념 정립이 불분명하고 상충하는 가치를 한데 모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임기를 2년가량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의 조급증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주요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면서 임기 막판에 치적을 남기려고 하다 보니 구호만 그럴듯한 어설픈 정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한국판 뉴딜은 중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명확한 방향 설정과 청사진 없이는 차기 정부에서 추진력을 상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자리 ‘수요자’ 지원에만 초점…노동개혁 방안은 전무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투입하기로 한 31조3,000억원 가운데 고용 안전망 구축에 할당된 재정 규모는 총 5조원이다.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종을 9개에서 13개로 늘리고 예술인 등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방안에 9,000억원이 들어간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급 등에는 2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미래 신기술 분야 직업훈련 확충, 산업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클린사업장’ 조성, 청년·중장년 맞춤형 창업 지원 등에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활용된다.

문제는 고용 안전망 강화를 통해 일자리 시장의 ‘수요자’에게 버팀목을 제공하겠다는 대책은 수두룩한 반면 정작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공급자’를 위한 획기적인 지원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는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탄력근로제로 대표되는 보완책은 국회로 공을 떠넘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해와 그 이듬해에만 각각 16.9%, 10.9%를 끌어올려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관련한 제도 개편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염병 쇼크로 실직·휴직자가 쏟아지고 있으니 정부가 한국판 뉴딜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어놓고도 실상은 고용 안전망 구축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민간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면 고용 안전망 강화는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산업, 재택근무 등을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면서 경직된 근로시간을 강제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근무 환경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 정부가 노동규제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세종=나윤석·하정연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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