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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권 승계 수사 '檢 무리수'로 판정될까

삼성, 검찰수사심의委 소집 신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중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재용 기소 타당성, 시민이 판단해달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기소 등의 타당성을 판단해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과정 등이 기소할 만한 사건인지를 시민과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는 요청이다. 이 부회장 측이 검찰의 기소 결정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등은 지난 2일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에 넘길지를 논의한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수사 과정을 심의해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검찰청 시민위원회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들 받아들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 경우 검찰수사심의위는 수사를 계속해야 하는지는 물론 기소 또는 불기소할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등을 판단한다. 이 부회장 등의 신병처리에 대한 1차적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검찰수사심의위가 맡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 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재차 사건에 대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를 조작해 특정 시점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미래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이라면서 “1년 넘게 이어진 검찰 수사로 삼성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최후의 방어수단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4년째 이어진 수사에 경영위기감 커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소 여부를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사건의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삼성을 표적으로 과잉수사를 이어가는 검찰 대신 일반 시민들의 합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더 이상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위기극복 행보가 타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삼성의 절박함이 느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 검찰 심의위 소집 신청

임원 30여명 100여차례 檢 소환

“삼성 경영공백 막으려 선제대응”

‘사법처리 피하기’ 최후의 카드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검찰의 연이은 수사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고인들은 물론 삼성의 위기경영도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당장 지난 2018년 말부터 지금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 전·현직 경영진 30여명이 100여차례나 검찰에 불려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의 압수수색 횟수도 외부에 알려진 것만 20여차례에 이른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 건은 2016년 12월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후 3년 반 동안 동일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한 기업을 상대로 4년째 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까지 더해지며 삼성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인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 수사의 초점이 계속 바뀌는 점도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2018년 11월에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는 이후 증거인멸, 삼성물산 합병, 경영권 승계 등으로 수사의 초점이 계속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혐의가 나올 때까지 파고 또 파는 ‘먼지떨이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7년 8월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 제기도 많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도입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장기간의 수사에도 검찰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검찰이 핵심 증거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중요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은 전례가 거의 없는 만큼 체면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이에 삼성이 더 이상 검찰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며 반격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이 검찰 수사에 따른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을 피하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뉴 삼성’을 선언한 후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고 같은 달 17~19일에는 코로나19를 뚫고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평택캠퍼스에 18조원을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을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 기업 총수가 각종 수사·재판에 붙잡혀 있으면 정상적인 경영은 불가능하다”며 “삼성은 이 부회장 사법처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지시도 보고도 없었다” 강력 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는 검찰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해 이들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 측이 의도적으로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삼성의 회계 이슈는 부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가공한 사례가 아니라 회계처리 방식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고 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12~2013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삼성물산 합병 절차가 정당했다는 사법부의 판단을 검찰이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심의위 2년간 8번 개최…대부분 검찰이 요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두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면서 수사심의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결정사항에 강제성은 없지만 검사가 의견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수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기에 향후 심의과정과 결정이 주목된다.

수사심의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8년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투명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시행됐다. 3일 대검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실제로 수사심의위가 소집된 것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총 여덟 번이다. 위원장은 양창수 전 대법관이며 법조계와 학계·언론계 등 150~250명의 위원을 두고 있다.

수사심의위 ‘안태근 인사보복 의혹’ 등 굵직한 사건 다뤄

수사심의위를 거친 가장 대표적 사건으로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인사보복 의혹이 꼽힌다. 이 외에도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의 횡령,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등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거쳤다. 또 지난해 7월 울산지방경찰청의 피의사실공표 사건도 수사심의위에서 논의됐다.

수사심의위 소집은 대부분 검찰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대검 예규 내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이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사건으로 범위를 좁히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해당한다. 지침상으로는 검찰총장도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수 있다. 피의자·고소인 등 사건관계인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수사를 담당하는 각 검찰청 시민위원회의 과반 찬성을 거쳐야 한다. 각 검찰청 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뽑힌 15명이 수사심의위에 부의할지를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이 탓에 지금까지 공개된 사례만 보면 사건관계인의 요청으로 수사심의위가 열린 경우를 찾기 어렵다.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해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되면 사건관계인의 신청에 따른 첫 사례가 된다.



수사심의위가 실제로 소집될 경우 검찰은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결정 사항이 그간 검찰의 수사 방향과 배치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 소집이 검찰의 수사 및 기소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앞서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이 부회장이 연루됐는지 집중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해당 과정에 대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현덕·손구민·변수연·이재용·박준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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