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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김상현 고등과학원 교수, 위상수학 난제 풀어 빅데이터 영역 확장

미분동형사상군의 특이정칙성

모든 실수서 특정 가능 群 발견

1차원 공간 대칭성의 성질 증명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인 김상현 고등과학원 교수가 미분동형사상군을 연구하고 있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 그 언어를 모르는 한 우리는 그 신비의 단 한 구절도 이해할 수 없다.” ‘피사의 사탑’ 실험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수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남긴 명언이다.

수학은 고대 십진법을 비롯해 인류의 사고와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4차 산업혁명 사회를 풀어내는 열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근간이 되는 핵심인 것이다. 약 500년 전 갈릴레이는 피사의 사탑에 올라 방정식으로 중력을 계산했는데 현대 수학자들은 위상수학을 활용해 빅데이터를 계산하고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인 김상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1687년 7월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발표하며 자연을 이해하는 인류의 시야가 더욱 확장됐다”며 “근대과학자들이 세계를 수학적으로 설계되고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물로 이해하고 과학혁명을 촉발한 것처럼 현대 수학자들은 AI와 시뮬레이션, 블록체인과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래사회의 해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영상·사회관계망·제트엔진 등에서 다루는 빅데이터는 많은 경우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수학적 공간으로 기술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해는 1차원 공간의 대칭성과 직결돼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차원 공간이 갖는 대칭성의 대수적인 성질과 대칭성의 미분 가능한 정도를 연결 짓는 체계적인 연구를 개척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분동형사상군(群·group)의 특이정칙성을 모든 실수 범위에서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유한생성군을 발견해 기하군론과 위상수학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평을 듣는다. 미분동형사상군은 원과 직선 등 1차원 공간의 대칭성이 공간을 부드럽게 변형시킬 때 이 대칭성이 모인 것을 뜻한다. 특이정칙성은 미분동형사상군에서 각각의 미분동형사상이 얼마나 부드러운지를 계측한 값이다.



김 교수는 미분동형사상군이 가지는 해석학·동역학·군론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미분동형사상군의 부분적인 군들이 어떻게 특이정칙성을 결정하는지 증명했다. 군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본적인 대수적 구조로 대칭성의 모임을 의미한다.

그의 연구 성과는 공간의 대칭성을 덧셈·곱셈 등의 연산법칙처럼 순수하게 대수적으로 바라본 관점과 공간 위를 떠다니는 운동의 부드러운 정도라는 해석학적 관점을 연결하는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수학자 나바스가 지난 2018년 미분동형사상이 가지는 동역학적 제약에 관해 제기한 난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의 성과는 세계적인 수학저널 인벤시오네 마테마티케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1차원 공간이 가지는 미분대칭성의 대수적 성질을 미분 가능한 정도와 연결한 최초의 체계적인 연구”라며 “동역학, 저차원 위상수학, 기하군론의 상호작용을 통해 미분동형사상군에서 강직성 이론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인터뷰] “수학 연구하며 옛날 학자들과 대화…얼마나 멋진 일인데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상현(오른쪽) 고등과학원 교수가 지난 10년간 수학 성과를 같이 일궈낸 토머스 코버다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와 같이 등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학을 연구하면서 옛날 학자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멋집니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런 아름다운 묘수를 생각해 냈구나’라고 말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상현(45·사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연구하는 ‘원’은 2,000여년 전 아르키메데스와 유클리드에게도 최고의 관심사였고 앞으로 2,000년이 지나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수학 박사를 받았으며 텍사스오스틴대 연구교수, 터프츠대 조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교수·부교수, 서울대 부교수를 거쳐 지난해 고등과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수학을 연구하며 역사의 흐름에 참여하는 것이 큰 보람”이라는 그는 고차원 공간에서 미분동형사상군이 가지는 강직성을 연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간 ‘두 개의 서로 다른 기하학적 대상이 얼마나 많은 대칭성을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붙잡고 수학의 진리를 찾아 나섰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이어 “비슷한 기하학적인 대상에 공통의 대칭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강직성’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범주에서 규명하고자 한다”며 “주로 2·3차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심오하고 아름다운 대칭성이 있는 원에 매료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수학자로서 겸손한 자세도 강조했다. “수학자의 업적은 대부분 아주 높은 탑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벽돌 한 장 더 올리는 정도예요. 오르고 쌓고 내려와 다른 이들에게 길을 가르쳐주는 과정에서 다른 수학자와 토론하고 사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이번 성과를 함께 이뤄낸 토머스 코버다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는 “수학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 끊임없이 좌절하고 주눅 들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 수학자의 운명”이라며 “학문과 진리 앞에서 스스로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가 훨씬 많지만 너무 주눅 들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깊이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열 개의 답을 외우는 것보다는 한 개를 하루 종일 생각해보는 것이 낫죠. 설령 그 문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그렇게 상상하고 스스로 해결하는 훈련을 하면 결국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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