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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인줄 알았더니....신라시대 말 장신구가 비단벌레 날개였다고?

국립중앙박물관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X선·적외선 등 빛으로 유물의 숨겨졌던 비밀 드러내

고구려 쌍영총벽화, 교태전 부벽화 등 첫 공개 눈길

5세기 신라의 말안장 가리개 장식에는 현란한 녹색을 내뿜는 비단벌레 수천 마리가 사용됐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5세기 신라의 귀족층을 위해 제작된 ‘금동 비단벌레 말안장 가리개’를 재현한 복제품이 국립중앙박물관의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에서 전시중이다.


5세기 신라 시대의 무덤인 경주시 금관총. 이곳에서 마치 에메랄드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장식을 가진 ‘금동 말안장 가리개’가 출토됐다. 초록과 파랑이 오묘하게 섞여 ‘보석’이라 여겨졌던 장식물의 실체는 비단벌레의 날개였다. 우리나라에선 해남·완도 등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제496호인 비단벌레 날개는 단백질 분자가 얇은 층으로 겹쳐 막을 이루는데, 이 막이 서로 다른 각도로 쌓여 빛을 여러 방향으로 반사시키고 표피층의 구리·철·마그네슘 등 금속 성분은 반사각에 따라 여러 빛깔을 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등 연구자들은 X선 형광분석 등을 동원해 ‘비단벌레의 비밀’을 밝혀냈다. 비단벌레는 중국에서 ‘녹금선’, 일본에서 ‘옥충’이라 불리며 고대부터 장식용으로 이용됐다. 수천 마리 비단벌레의 날개로 말안장 가리개를 꾸밀 정도로 신라 최상위 계층의 위세가 대단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시 전경.


빛은 사물을 눈으로 보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빛인 적외선·자외선·X선 등은 보이는 것 이면의 숨은 비밀을 밝혀내는 열쇠가 되곤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내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특별전은 빛으로 탐구한 문화재들과 새롭게 드러난 비밀을 소개하는 전시다. 개막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개관과 휴관을 반복한 탓에 제대로 관람객을 맞은 날은 적은 편이다.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비롯한 국가지정문화재 10점 등 유물 57건 67점이 전시 중인데,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를 비롯해 고구려 고분인 쌍영총과 개마총 벽화편(조각)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다.

국보 제89호 금제 허리띠고리는 1세기 낙랑의 유물로 한반도에서 출토된 누금세공기법 공예품 중 가장 오래된 것임에도 섬세한 표현이 그대로 남아있다. 현미경 확대 관찰, X선형광분석 등으로 조사한 결과 금알갱이 크기는 0,3~1.6mm이고 용의 눈에는 붉은색 안료인 진사를 사용했음이 확인됐다.


19세기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 금강산모양 연적.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요건 몰랐지?= 6세기 신라 유물인 국보 제 19호 ‘기마 인물형 토기’는 생생하고 정교하게 만든 말과 말 탄 사람의 형상이 장식용 조각으로 추정됐다. 용도를 알 길 없던 이 유물을 X선 촬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 뒤쪽 깔때기 모양의 구멍 안으로 술이나 물을 넣으면 말 가슴 쪽의 대롱으로 따를 수 있는 ‘주전자’임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컴퓨터 단층촬영(CT)으로 내부 구조는 물론 구멍의 지름까지 파악했다. 박물관 소장품인 ‘백자 금강산모양 연적’은 백자에 화려한 금강산의 형세를 꾸민 것인데, CT촬영 결과 윗면에 뚫린 구멍으로 물과 공기가 들어가고 옆쪽 짐승 입 모양의 구멍에서 물이 나오는 구조가 확인됐다.

적외선은 지워진 먹글씨나 밑그림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경주 안압지에서 목간이 출토됐지만 나무판의 마모가 심해 글씨를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적외선 분석 결과 오늘날의 메뉴판처럼 날짜와 음식이름부터 가오리·노루·돼지·새 등 식재료와 가공방식, 그릇 종류까지 적혔음이 드러났다. 충남 부여 쌍북리에서 출토된 백제 목간에 적힌 구구단과 경남 김해 봉황동 목간에 적힌 논어 등의 귀한 흔적도 적외선 분석으로 확인됐다.



자외선은 도자기나 금속 유물의 복원 흔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감쪽같아도 자외선을 쬐면 땜질한 부분이 푸르스름하게 드러난다. 귀한 불상은 CT로 ‘건강검진’을 할 수 있다. 중생의 고뇌를 대신 짊어지고 사색하는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을 CT 촬영하니 거푸집을 이용한 밀랍주조법으로 몸체를 만들고 동판을 따로 붙여 보완했음이 밝혀졌고, 조선시대 목조여래좌상은 내부의 복장품 뿐 아니라 안쪽에 숨어있던 벌레먹은 흔적들이 확인됐다.

쌍영총은 북한 소재의 고구려 고분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쌍영총 벽화조각을 소장하고 있어 조사를 통해 원본 이미지를 복원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런건 처음이지?= 과학과 고고학·미술사학의 만남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전시지만 최초 공개된 유물도 유심히 봐야 한다. 북한에 있어 실물을 못 볼 줄 알았던 고구려 쌍영총과 개마총 벽화편이 처음으로 전시됐다. 상당수 고구려 고분은 일제강점기에 급하게 조사가 이뤄졌고, 훼손방지를 위해 벽화편을 급히 수습해야 했다. 이들을 당시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소장하다가 오늘날 국립박물관으로 이관했지만 자료가 부족해 정확한 유래를 알 길 없었다. 박물관 연구자들은 적외선 카메라로 퇴색한 쌍영총 벽화의 밑그림을 확인했고 X선 형광분석기를 사용해 안료 성분을 분석하고 색을 알아냈다. 그 결과 관모를 쓴 남성, 두건을 쓰고 화장한 여인들이 소의 행렬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드러났다.

개마총의 경우는 한국전쟁으로 고분이 파괴됐기에 박물관에 남은 벽화조각이 더욱 귀하다. 경복궁 교태전 벽에서 떼어왔다고 전해지는 ‘교태전 부벽화’는 진짜 금을 사용하던 왕실 그림의 전통 대신 구리와 아연을 섞은 금빛 가루로 바위 윤곽을 그렸다는 게 확인됐다. 이것 또한 처음 전시된 유물이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처음 공개된 경복궁 교태전의 부벽화. 교태전에 있던 벽화를 문화재 복원기술로 되살려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색감의 화조도를 되살렸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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