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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범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자석=금속' 통념 깨고 '플라스틱 자성' 규명

탄소원자 유기화합물 고온서 반응

자기장 가진 플라스틱 구현 성공

"자석, 첨단산업 핵심부품으로 쓰여

상용화땐 산업전반 비용절감 기대"

백종범(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가 플라스틱 자성체에 관해 연구팀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만약 금속 자석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전자제품은 물론 반도체, 자기공명영상(MRI), 전기차 모터 등 첨단산업의 핵심부품으로 사용되는 자석을 더 가볍고 가공이 쉽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백종범(53·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제시해 눈길을 끈다. 백 교수 스스로 “사업화까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하지만 기존에 금속물질만 자성을 가진다는 통념을 깬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백 교수는 가벼운 유기 플라스틱도 금속처럼 자유전자가 많아지면 자성을 띨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적잖은 연구자가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 최초다. 백 교수팀은 금속 오염을 철저히 배제한 상태에서 유기물이 자석에 이끌려 오는 실험을 진행해 유기물 자성체의 실체를 증명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04년 영국 더럼대 연구팀이 플라스틱 자석에 관한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 했다가 재현성을 검증하지 못해 논문이 철회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만큼 플라스틱 자석에 관한 연구는 쉽지 않다. 탄소로 이뤄진 유기물은 전자가 화학결합으로 단단하게 묶여 자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더럼대 연구 논문의 데이터가 금속의 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이 나며 플라스틱 자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며 “이로 인해 실제 이론적으로 플라스틱 자석을 규명하고서도 네이처 등에서 3년동안 12번이나 거절을 당한 후 마침내 2018년 학술지 켐(Chem)에 발표할 수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자석 하면 금속을 떠올리는데 ‘무거운 금속이 아닌 가벼운 유기플라스틱에 자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연구를 시작했다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이다.





백 교수팀은 탄소 원자가 포함된 유기화합물인 TCNQ를 섭씨 155도의 고온에서 반응시켜 자성을 띠는 플라스틱(p-TCNQ) 제작에 성공했다. 합성된 플라스틱은 전자스핀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자연스럽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외부에서 자기장이 가해지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화돼 자석이 될 수 있는 강자성을 보였다. 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고분자는 구조가 뒤틀려 있어서 자유전자(스핀)를 특정 장소에 가둘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자유전자의 이동을 방해하는 역발상으로 상온에서도 강자성을 보임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팀은 중장기적으로 녹슬지 않고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자석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사업화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 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유전자를 가진 유기물 구조체를 설계해 플라스틱 자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강자성의 세기를 높이는 후속연구에 나서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론적으로 규명한 것이지 사업화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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