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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격리에 '연옥'된 요양병원...죽음 내몰리는 노인들

기저 질환 있는 고령 확진자 많아…"백신 빨리 확보해야"

중증환자 병상 부족…격리된 채 배정 기다리다 숨져

요양시설 인력 지원 호소하는 국민청원, 1만 명 동의

29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한 환자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전국 요양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저질환을 앓는 고령의 노인들로, 전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격리된 상태에서 숨지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해 방역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시·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 후 숨졌거나 사후 확진된 사망자는 지난 28일 기준 모두 57명이다. 특히 의료진과 입소자를 포함해 16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의 상황은 심각하다. 이달 13일 이 요양병원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보름 만에 누적 사망자가 38명까지 늘었다.

전국의 다른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입소자 167명 중 24명이 숨지고 충북 청주 참사랑노인요양원에서도 확진된 입소자 67명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

이들 요양시설에서 비롯된 관련 확진 사례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요양원 누적 136명 ▲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164명 ▲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91명 ▲ 충북 청주시 참사랑노인요양원 105명 ▲ 울산 남구 요양병원 243명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집단감염 부천 요양병원/연합뉴스


문제는 요양시설발 집단 감염과 전국적인 3차 대유행이 겹치면서 중증환자 병상이 부족해졌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 사망자 38명 가운데 27명이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졌다. 이날도 이 요양병원에서는 확진된 입소자 21명과 의료진 10명 등 31명이 격리된 채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도권 중증 환자 병상에 여유가 없어 추가 사망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6일부터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울산 양지요양병원에서도 사망자 24명 가운데 5명은 전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이 요양병원도 집단감염 초기에 입원환자 중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들을 즉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했다. 울산 지역의 유일한 거점병원인 울산대병원도 병상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 다른 지역의 의료시설로 옮기려 해도 확진자 대다수가 고령인데다 기저질환이 있고, 주로 침상에 누워서 생활하는 ‘와상환자’여서 장거리 이송을 할 수 없었다. 확진자와 비확진자들을 함께 관리하면서 울산대병원에 퇴원자가 발생해 여유 병상이 생기면 상태가 위중한 확진자부터 이송하는 실정이다.

방역 당국은 병상 확보가 어려운 확진자 대신 비확진자들을 외부 민간병원으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는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코호트 격리를 해제하고 환자들을 신속히 전담 병상으로 이송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의사협회는 이날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호트 격리는 결국 병상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정부는 환자들을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전용 병원과 병상 확보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처럼 고령 환자들이 병상을 제때 배정받지 못해 숨지는 사례가 반복되자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코호트 격리돼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는 글이 올라 29일 현재 1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의했다.

현재 코호트 격리 중인 서울 한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기존 간호인력도 ‘번아웃’돼 곧 나가떨어지면 아무도 환자를 돌볼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아무런 인력 지원이 없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확진되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인력이 지원되지 않는 한 제대로 치료할 수 없어 사망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지금은 지역 보건당국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을 관리할 정부 차원의 전담 부서를 만들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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