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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 “올림픽은 동기부여,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질 날 기다려요”[도전 2021]

KBO 국내 선발 다승 1위로 신인상, 가을 야구 호투로 대표팀 눈도장도

등판 직전 5장짜리 야구 노트 정독, ‘루틴의 힘’으로 차세대 에이스 공인

1주 4회 체력 운동·식단 관리로 새 시즌 준비…“투수는 천직”

소형준이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투구 동작을 취하고 있다. /수원=권욱기자




프로야구 KBO 리그 소형준(20·KT 위즈)은 소띠도 아닌데 소띠 선수만큼 신축년 새해에 주목받는 스포츠 스타다.

지난해 소형준은 열아홉 신인으로 국내 선발 투수 다승 공동 1위(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에 올랐다. 고졸 신인의 첫해 두 자릿수 승리는 류현진(토론토) 이후 14년 만의 진기록이었다. 팀의 가을 야구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아 6⅔이닝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까지 보여줬으니 스무 살의 두 어깨에 실리는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대표팀 선발 한 축도 소형준의 몫일 거라는 예상이 많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받고 2021 시즌을 기다리는 기분은 어떨까. 설렘 반, 걱정 반이 당연하겠지만 소형준은 좀 다르다. 지금의 자리로 이끈 ‘루틴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수원의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만난 소형준은 “아쉬웠던 기억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빼고 플레이오프(PO) 1차전처럼 잘 던진 기억만 가지고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 전 디펜딩 챔피언 두산과의 1차전에서 4회 2사까지 ‘노 히트’로 막는 등 7회 2사 뒤 교체되면서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을 남겼다.

팀 창단 후 첫 가을 야구에서의 첫 경기 선발이라는 중책이었다. 선발 통보를 받고 ‘와, 이걸 나한테 맡긴다고?’ 라며 어리둥절했던 것도 잠시, 소형준은 이내 ‘잘 던지면 영웅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 생각을 가지고 평소 루틴대로 준비해 나갔다. 팀은 아깝게 졌지만 소형준은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날 딱 100개의 공을 던졌는데 100번의 선택 중 후회가 남는 공은 단 1개도 없다고 한다.

소형준이 믿는 루틴의 힘 중 가장 큰 힘은 5장짜리 야구 노트에서 나온다. “던지면서 느낀 점을 짧은 메모로 모은 노트예요. 프로 와서 쓰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더라고요.” 내용은 ‘컷 패스트볼(커터) 구종 던질 때 손을 좀 더 앞으로 끌고 가자’ ‘풀 카운트에서 억지로 밀어 넣다가 홈런 맞았던 기억 잊지 말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등이다. “등판 날 몸을 다 풀고 유니폼 입은 뒤 마운드 올라가기 전에 찬찬히 읽어봐요. 마운드에서는 애국가 나올 때 머릿속으로 되새기고요. 한 번 더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은 차이가 크죠.”

잠들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도 꼭 지키는 루틴이다.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몸 풀고 캐치볼하고 실제 경기에서 투구하는 장면까지 순서대로 그려보다가 잠이 든다. “고등학교 때부터 잘 던지려는 생각을 놓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습관이 됐다”는 설명이다. PO 1차전 때도 선발 통보를 받은 날부터 매일 이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소형준은 “평소 잠자리에 누우면 캐치볼 던지는 단계에서 잠드는 때도 많은데, PO 앞두고도 1회가 지나기 전에 잠든 것 같다”며 웃었다. 가을 야구 첫 등판에 고척 돔 등판 역시 처음인데도 그만큼 차분했다는 뜻이다.



야구 선수를 꿈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소형준은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거의 매일 ‘섀도 피칭’을 빼먹지 않았다. 수건을 쥐고 거울을 보면서 투구 동작을 연습하는 훈련인데 아침에 학교 가기 전 100개, 저녁에 아버지와 같이 100개씩 한 뒤 밤 9시면 꼭 잠자리에 들었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소형준은 “그만큼 야구를 좋아했다”고 답했다. “어릴 때의 투구 폼이랑 지금이랑 똑같은데 그때 그렇게 했던 게 몸에 배서 정립돼 있는 것 같아요.”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소형준. /수원=권욱기자


지난 한 해를 돌아볼 때 자신의 어떤 점을 칭찬해 주고 싶은지 묻자 소형준은 “긴 시즌 동안 가끔은 나태해질 수도 있는데 등판 간격마다 해내야 하는 루틴을 다음 등판만 생각하면서 어기지 않고 지킨 것을 칭찬한다”고 말했다. 여름 들어 잠깐 부진했던 그는 작정하고 커터를 갈고 닦은 결과 후반기 8승 1패로 질주했다. 1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특급 베테랑 같은 안정감으로 정규 시즌을 마쳤다. 소형준은 “류현진 선배님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 투구 영상을 보면서 커터를 연습하고 팀 내 외국인 투수들한테 먼저 가서 물어보면서 익혔다”고 했다.

만점에 가까운 시즌을 보냈지만 보완할 점도 확인한 만큼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지난달부터는 1주일에 네 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지구력 기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아침으로 닭가슴살·삶은 달걀만 먹고 저녁에는 쇠고기를 양껏 먹는 식단 관리와 함께다. 구속과 결정구의 날카로움을 높이는 한편 시즌 내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올림픽 하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장면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축구 한일전 승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소형준. 그는 “투수를 천직이라 생각한다”며 “올림픽에서 동기부여를 받겠다”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새해 소망은 관중과의 호흡이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진 적이 없어요. 팬들로 꽉 찬 야구장에서 던질 날이 가장 기다려져요. 마스크 벗고 음식도 즐기면서 육성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수원=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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