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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낳은 LCK, 교촌치킨처럼 '프랜차이즈' 된다고?[오지현의 하드캐리]

/라이엇게임즈




‘롤챔스’가 돌아왔습니다. 담원 게이밍의 ‘롤드컵(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뿌듯하게 마무리됐던 지난해의 성과를 뒤로하고, 올해는 또 한국 리그에서 어떤 팀과 선수들이 활약을 펼칠까요? 다가오는 스프링 시즌 개막에 리그오브레전드(LoL) 팬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LCK(LoL 챔피언스 코리아)는 상당한 격변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LCK가 교촌치킨이나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가 된다는 것,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이렇습니다. 프랜차이즈에 들어온 기업과 리그가 의사결정을 함께 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는 뜻입니다. 북미 리그를 참고하면 라이엇, 팀과 선수가 수익을 1:1:1로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기존에 각 팀에 지원하던 지원금 2억5,000만원을 없애는 대신 리그 운영 수익을 분배해 안정적인 운영을 돕게 됩니다. 리그 수익과 중계권, 신규 사업 매출 등 부수익이 각 팀 분배되니, 구성원들의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할 이유가 생기는 거죠.

이와 더불어 승강제가 폐지되고 2군 리그가 창설되면서 장기적인 팀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차기 시즌 롤챔스나 2부 리그인 ‘LoL 챌린저스 코리아(롤챌스)’ 참가팀을 확정짓던 LCK의 승강전 역시 조금은 뒤늦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LCK 프랜차이즈 팀은 강등되지 않고 계속해서 LCK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e스포츠팀을 운영하면서 상품 판매나 스폰서십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로스터에 등록되지 않은 각 팀 연습생이나 프로 지망 아마추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대회인 ‘LCK 아카데미 시리즈’도 정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 소속 ‘고스트(본명 장용준)’ 선수. /라이엇게임즈


선수 입장에서도 처우 마지노선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저 보장 연봉이 1군 기준 기존(2,000만원)보다 3배 상승한 6,000만원으로 뜁니다. 또한 2부 리그와 승강전이 폐지되는 대신 2군 리그가 신설돼 1군 리그 진출을 준비하는 신인 선수들 역시 해산 걱정 없이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치진 역시 4,000만원의 최저 연봉을 보장받습니다.

이제 승강에 실패해 LoL 선수로 남을 수 없게 된 ‘짠내 나는’ 이야기들은 없어질까요. 당장 지난해 LCK와 롤드컵 우승의 주역이던 담원의 ‘고스트(본명 장용준)’ 선수만 해도 LCK 승강전에서 2번이나 강등당하는 아픔을 이겨내야 했죠. 고스트 선수는 16세 나이에 데뷔해 CJ 엔투스, bbq 올리버스, 샌드박스 게이밍 등 3개 팀을 전전했고, 게임계를 떠날 마음까지 먹었으나 결국 ‘세체원(세계 최강 원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농심 레드포스 팀이 지난해 12월17일 개최된 농심 e스포츠 창단식에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지난해 11월 라이엇게임즈(한국 대표 조혁진)는 LCK 프랜차이즈에 최종 합류할 10개 기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두 차례 심사결과에 따른 겁니다. 최종 합류한 기업은 가나다순으로 △브리온이스포츠 △샌드박스게이밍 △아프리카프릭스 △에이디이스포츠 △케이티스포츠 △팀다이나믹스 △한화생명(088350)보험 △DRX △Gen.G esports △SK텔레콤(017670) CS T1입니다. 기존 LCK팀은 100억원, 신규 가입팀은 120억원을 앞으로 5년에 걸쳐 분할납부하게 됩니다.

특히 기존에 e스포츠 팀을 운영하지 않던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는데요. 샌드박스 게이밍은 최근 KB국민은행과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해 팀명을 ‘리브 샌드박스’로 확정했고, 바둑 신라면배로 유명한 오심은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해 ‘농심(004370) 레드포스’를 창단했습니다. 기아차(000270), 한국야쿠르트도 담원 게이밍과 프레딧 브리온과 스폰서십을 맺었습니다. 시크릿랩, HP 오멘 등과 같은 글로벌 파트너와 더불어 우리은행, 맥도날드, 로지텍도 올해 LCK 공식 후원사로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들 기업 역시 프랜차이즈 제도에 어느 정도 매력을 느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라이엇게임즈


다른 변화점도 있습니다. LCK 플레이오프 방식 변경입니다. 기존에는 정규 리그 1위 팀이 결승전에 직행하고 5위부터 2위 팀들이 챌린저 토너먼트 방식을 통해 나머지 결승 진출팀을 가리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정규 리그 1위부터 6위 팀까지 모두 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6강 시드 토너먼트’를 거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정규 리그 1위 팀이라고 해서 결승에 직행할 수 없는 거죠.

팀들 입장에서는 정규 리그 1위를 놓치더라도 결승 진출을 노리고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팬들은 5전 3선승제의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LCK의 국제무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리그와 팀 그리고 팬들 사이에 있었다”라며 “LCK가 지속가능한 생태계로서 기반을 구축하고 질적으로 경쟁력 있는 리그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팀들과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상금 규모도 스플릿당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인상됐고, 우승 상금 역시 1억원에서 2억원으로 2배 늘어났습니다. 준우승팀은 기존 우승 상금과 맞먹는 1억원을 받게 됩니다.



라이엇은 LCK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합니다. 라이엇게임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LCK는 국내보다 해외 시청자들이 5배 가까이 많은 한국의 유일무이한 프로 스포츠고, 9번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 6번 진출해 5번 우승한 세계 최정상 리그”라면서도 “아쉽게도 이는 과거의 영광일 뿐이고, LCK는 이제 지나간 영광을 되찾아올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제도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LCK 팀들이 전통을 쌓아 수 세대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 리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별도 법인이 설립되고, 오상헌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사업본부 총괄이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재무적인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보하고, 참가팀들의 리그 관련 주요 의사결정 참여도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거란 전망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2021년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는 전설을 만든다(We Make Legends)’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LCK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했다.


라이엇의 지적처럼 한때 세계 e스포츠판을 호령하던 LCK가 이제는 ‘4부 리그’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프랜차이즈라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선수와 팀, 기업과 리그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입니다.

2021 LCK 스프링은 오는 13일, 첫 경기인 젠지 e스포츠와 kt 롤스터의 격돌로 첫 발을 뗍니다. 달라진 제도 위에서 ‘루키(신인)’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지, 한국 e스포츠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어떤 새로운 변화들이 펼쳐질지 눈여겨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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