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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대권조사 나 빼라"더니, 확 달라진 정세균의 '파격'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코로나 악화로 4월 보궐선거 뒤까지 총리직 유지

홍보 이벤트 멈추고 연초부터 윤석열·이재명 견제

"尹, 여론조사 빠져야"...李에게는 "단세포적 논쟁"

야당엔 언성 높이고 자영업자 언급하며 눈물까지

아직 지지율은 2% 안팎...2분기 대권 결심 가능성

자기 색깔 드러내 '친문·호남' 지지 끌어낼지 관건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긴급현안질문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을 언급하다가 눈물을 쏟고 있다. /권욱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연초부터 이전과는 다른 잇딴 파격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내 이름도 여론조사에서 빼 달라고 했으니 윤 총장도 그래야 한다”고 지적하더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는 4차 재난지원금 문제로 그답지 않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현재 차기 대선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인물들이다. 정 총리와 잠재적 지지층도 겹치지 않는 여야 대표주자다. 여기에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는 평소 점잖은 신사의 이미지를 던진 채 야당 의원들에게 언성을 높이고, 자영업자들을 언급하면서는 눈물을 훔쳤다. 모두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그의 별칭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대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국민들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는 노력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을 엄호하면서도 자기 색깔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2·4분기 결단을 앞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서 이탈하고 있는 친문·호남 표심을 본격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丁 “대권 조사에서 내 이름 빼라”... 4월까지 총리직 유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정초부터 SBS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 출연한 정 총리의 한 마디는 국민들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윤 총장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랬다. 정 총리는 “검찰총장은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본인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언론기관에 ‘지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싸우고 있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왜 이름을 넣어서 혼란스럽게 하느냐, 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 “(윤 총장도)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지만 제가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의 윤 총장 발언은 여러 의미로 해석됐다. 현재 대선 여론조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행정기관 수장들은 정 총리와 윤 총장 외에도 많은데 굳이 두 사람만 콕 집어 거론한 탓이다. 당장 여러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정 총리와 같이 ‘코로나19로 할 일이 태산 같은’ 중앙·지방 행정기관의 지도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총리 시절부터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내린 적이 없다. 정 총리가 야권 대표주자로 떠오른 윤 총장을 견제한 발언으로 다분히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연초 개각 대상이었다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최소 4월까지 총리직을 이어가게 된 상황도 해당 발언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애초 국회의장에서 의전 서열이 더 낮은 국무총리로 이동할 때부터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많았지만, 현재 교체론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적어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기존 계획대로 과감한 대권 행보를 보일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동안 활발히 진행하던 각종 정책 홍보 이벤트도 접었다. 지난달 8일부터 매주 진행하려면 정책 토크쇼 ‘총리식당’ 역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두 편을 끝으로 잠정 중단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도입 시점까지 감안할 때 최소 4월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아직은... ‘윤석열 30.4% vs 정세균 2.2%’

정 총리의 발언은 윤 총장과의 큰 지지율 격차 때문에 더욱 입도마에 올랐다.

실제로 3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윤 총장은 30.4%를 기록해 2·3위를 오차 범위 이상으로 따돌린 선두를 기록했다. 차기 대선 주자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30%를 넘긴 것은 처음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3%로 2위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0%로 3위를 기록했다. 그 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6.1%, 홍준표 무소속 의원 5.5%, 오세훈 전 서울시장 2.6%, 추미애 법무부 장관 2.4%,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2.0% 등이 이었다.

이 조사 대상에는 최근 언론기관들에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는 정 총리의 이름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그의 지지율은 여권 정치인 중 가장 낮은 편인 2.2%에 그쳤다.

정 총리의 당부에도 그의 이름이 들어간 연말연시 여론조사는 또 나왔다. 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에서도 정 총리의 지지율은 1.5%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23.6%로 선두를 기록했고 윤 총장은 18.5%로 그 뒤를 이었다. 후보를 불러주지 않고 자유응답으로 선호도를 집계한 한국갤럽의 지난해 12월 조사에서는 정 총리의 지지율이 1%도 나오지 않았다. 윤 총장은 막강한 양강, 또는 3강 후보인 반면 정 총리는 아직은 ‘잠룡’ 수준에만 머무는 셈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서울경제DB


이재명과도 뜬금 설전... “재난지원금, 단세포적 논쟁”

새해 정 총리의 화살은 윤 총장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그는 이재명 지사와도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SNS 상에서 이례적인 설전을 펼쳤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정 총리가 이낙연 대표와는 친문·호남이라는 지지 기반, 안정감이라는 이미지 등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 지사와는 큰 접점이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



정 총리는 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글을 올리고 그 이유에 대해 “민생회복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깊이 토의해보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재정건전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라며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총리는 이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또 “며칠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우리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고통에 비례해서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앞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정 총리의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를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입장’으로 해석한 데 대해 선을 단호히 선을 그은 것이었다. 사실상 선별적 지급을 우선하겠다는 기조였다.

정 총리는 “일부 업종에서 경우에 따라 사정이 나아진 분들이 계신 것도 사실”이라며 “재난에서 비켜난 분들에게 정부지원금은 부수입이 되지만 문을 닫아야만 하는 많은 사업자분들에게는 절실하고 소중한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특히 코로나19로 생계 곤경에 처한 저임금 근로소득자에 대한 지원은 급박하다”며 “정부는 이분들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이 지사의 제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재정 효과는 기존의 방식대로 신용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지급해도 아무 문제없이 달성할 수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민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국가 차원에서는 굳이 이 방식을 채택해야 할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권욱기자


신사 이미지 던지고 야당엔 ‘호통’, 자영업자엔 ‘눈물’

달라진 정 총리의 모습이 드러난 가장 압권의 장면은 국회에서 연출됐다. 정 총리는 8일 코로나19 관련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간 국무총리로서 수차례 국회에 출석하는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수급 책임을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발언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을 향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느냐, 떠넘기긴 뭘 떠넘기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본회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소란스러워졌음에도 정 총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국가 원수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품위를 지키라”고 재차 다그쳤다.

정 총리는 백신 확보물량에 대해서도 “5,600만 명분이면 현재로서는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책임질 일은 없다”며 “올해 가을 이전에 국민의 60~70% 정도가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이 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야당이 선진국이 인구 수보다 코로나19 백신을 7배나 더 확보한 이유를 물은 데 대해서는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라, 남의 나라가 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느냐”고 맞받아쳤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 생계 곤란에 월급 받는 것이 미안하다, 월급 좀 삭감하라”고 쏘아붙일 때는 “말로만 하지 말고 실행을 하라”고 응수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았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아동·학생 9명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게끔 방역 규제를 풀었다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당일의 일이었다. 정 총리는 헬스장 문제 등을 묻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임대료를)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줄 것인가”라며 말을 잇지 못한 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충분히 이해되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얼마나 힘들까 눈물이 난다”라는 말도 했다.

필라테스 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실내체육시설’이라는 글씨가 적힌 수의복을 입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권욱 기자


“선동 정치는 민주주의의 적”... 2분기 대권 결심 판가름

정 총리는 나아가 9일 페이스북에서 미국 의회 폭력 사태를 거론하며 “국민을 차별하고 편 가르며 선동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야를 떠나 한국의 극심한 진영주의에도 통합의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되는 글이었다.

정 총리는 “새해벽두,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미국에서 의회가 폭력으로 침탈당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기시감과 함께 정신을 번뜩 차린다”며 “민주주의 제도에서 국민은 주인이며 그 궁극적 목표 역시 국민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총리는 이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독선과 불통의 정치는 종국에 국민 불행으로 귀결되는 것이 역사의 증명”이라고 말했다. 또 “설득보다 더 쉬운 것이 선동이고 대화보다 더 쉬운 것이 독단”이라며 “어렵지만, 힘들지만 더 설득하고 더 대화하며 강퍅한 ‘우리들만’이 아니라 너나없이 다 함께 잘 사는 나라, 민주주의 모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4월 보궐선거와 코로나19 백신 도입 상황까지 지켜본 뒤 2·4분기 안에 대권 도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의 변수로는 코로나19 상황과 백신 접종 시작 여부, 보궐선거 성패에 따른 이낙연 대표 지지율의 변화 등이 꼽힌다. 또 다른 ‘친문 적자’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도 주요 변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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