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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서 비트코인 결제·그랩으로 보험 가입..."초국경 금융 빅뱅"

[리빌딩 파이낸스 2021-초금융사회가 온다] <4·끝>가속화하는 '빅블러' 현상

구글·아마존 등도 금융사업 확장

산업·국가 장벽 빠르게 허물어져

DBS는 인도를 R&D센터로 삼아

최신 핀테크 시험해보고 역수입

국내 금융사도 점포 늘리기보다

공격적 해외 전략·새 접근 필요





# 그랩을 더 이상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10년도 채 안 돼서 ‘동남아 슈퍼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앱으로 시작해 음식·식료품 배달부터 보험, 대출, 자산 관리 등 금융 서비스로 확장했다. 서비스 지역도 말레이시아를 넘어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8개국 394개 도시나 된다. 지난해 말에는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 인가도 취득했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기존 금융사와의 정면 승부를 선언한 것이다.

디지털 모바일을 등에 업고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 국가 간 장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현실화된 빅블러(Big Blur·빠른 사회적 변화로 기존의 영역과 법칙이 무너지고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계 융화' 현상) 시대에서 금융사들은 누가 적인지 가늠하지 못한 채 무한 경쟁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위기 속 기회를 포착하려면 금융사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해외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핀테크발 빅뱅 이미 시작=빅테크·핀테크 기업발 금융 빅뱅은 해외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차량 호출 플랫폼에서 시작한 그랩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간편 결제로 음식을 배달시키는 일은 동남아에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2018년 그랩 내 금융 사업을 총괄하는 그랩파이낸셜그룹이 출범하고 2년 만에 이뤄낸 변화다. 그랩이 전자 머니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만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필리핀 등 6개국이나 된다. 그랩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건만 2019년 4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5,000만 건 이상으로 집계될 정도다.

전 세계 3억 5,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페이팔은 올해부터 결제 수단에 비트코인을 추가하겠다고 밝혀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페이팔 이용자들은 페이팔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 등을 거래할 수 있게 된 데서 나아가 2,600만 개의 페이팔 가맹점에서 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 서비스가 전 세계 페이팔 회원으로 확대될 경우 암호화폐가 ‘진짜’ 화폐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소매 업체인 월마트도 연초 벤처캐피털 업체 리빗캐피털과 손잡고 핀테크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자사 직원,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융 투자 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외에도 핀테크 기업, 비금융 기업에서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어 금융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국제은행연합회는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가 기존 서비스에서 확보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소매 금융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기업금융, 장기 대출, 투자 등 복잡하고 전문화된 금융 영역은 상당한 규제를 요구해 빅테크나 비금융 기업이 진출할 유인이 제한적이다. 대신 고객을 대면하는 자사 서비스에 얹을 수 있는 금융 서비스에 관심을 뒀다.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바탕으로 결제와 신용 서비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뱅킹 시스템, 데이터 저장 서비스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앞으로 비금융 분야의 더 많은 기업이 이 성공 방정식을 따라 금융 산업에 새롭게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점 아닌 R&D센터로 활용까지=빅블러 시대에 국내 금융사들이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는 2019년 말 195개, 총 자산 규모는 1,336억 9,000만 달러로 매년 증가세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캄보디아 현지 특성에 맞춘 디지털뱅크를 출범해 현지 이용자만 12만 명을 확보했다. 신한은행 역시 2018년 베트남에서 모바일뱅킹인 ‘베트남 쏠(SOL)’을 출시한 데 이어 베트남 현지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잘로’, 전자 지갑 플랫폼인 ‘모모’와 제휴를 맺고 신용카드·대출 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쇼피’와 손잡고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에서 ‘우리WON뱅킹 베트남’을, 하나은행은 ‘글로벌원큐앱’을 캐나다·중국·브라질·인도네시아·일본·베트남·홍콩에서 서비스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금융사들이 더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금융 총괄 파트너는 “미국·유럽 시장은 투자 분야로 진출하고 있지만 이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JP모건 등이 있어 쉽지 않은 반면 동남아 시장은 디지털 보급률도 높고 어렵지만 아직 기회가 있다”며 “그랩 등 유니콘 핀테크 기업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을 마냥 경쟁자로만 보지 말고 협력 파트너로 보고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게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신 파트너는 국내 금융사들이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해외 디지털 진출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DBS는 디지털 금융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동시에 아시아에서 지분 투자, 현지 주요 금융회사 인수 등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인도에서 최초로 ‘디지뱅크’를 선보여 글로벌 대형 은행을 제치고 월드 베스트 디지털뱅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DBS가 인도에 진출할 때 빅테이터·인공지능(AI) 등 우수한 정보기술(IT) 인재를 저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 최신 핀테크 트렌드를 체험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일종의 디지털 연구개발(R&D)센터로 삼았다”며 “인도에서 트렌드를 읽고 고급 인력들이 상품을 개발해 디지뱅크에서 시험해본 뒤 싱가포르 본사로 역수입하기까지 했다”고 귀띔했다. 국내 금융사들도 해외에 단순히 점포를 내고 기존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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