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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방 가두고 그 위에서 뛰기까지…7시간 참다 질식사한 9살 아이

친부 동거여성, 항소심서 1심 22년형보다 무거운 '25년형' 선고

이미지투데이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감금된 9살짜리 아이는 당일 아침에 짜장라면만 조금 먹은 이후 계속 굶은 채로 결국 질식사했다.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던 친부의 동거녀는 자신의 형량을 줄여보려다 항소심에서 되려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고 교도소로 돌아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상습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성모(41)씨는 지난해 6월 1일 정오께 충남 천안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동거남의 아들 A군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지퍼를 잠갔다. '훈육한다'는 이유다. A군을 가방에 가둔 채 지인과 점심을 먹기 위해 외출을 준비하던 성씨는 집에 있던 자신의 친자녀 2명에게 "(A군이) 가방에서 나오는지 잘 감시하라"고 크게 말했다. 가방 안에서 이 말을 들은 A군은 당시 아침으로 짜장라면만 조금 먹은 상태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되돌아온 성씨는 가방 속에서 용변을 보고 잔뜩 지쳐있는 A군에게 다른 여행용 가방에 들어갈 것을 명령했다.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이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해당 가방의 크기에 대해 "안에 들어가 고개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허벅지를 가슴에 붙인 자세를 취해야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위에서 성씨는 자신의 친자녀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23㎏였던 A군이 버티기 힘든 160㎏ 가량의 무게였다. A군이 숨을 쉬기 위해서 실밥을 뜯어내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 틈은 테이프로 붙였고, 그 안으로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까지 불어 넣었다. 약 7시간 동안 제대로 된 밥은 커녕 물조차 마시지 못한 채 정신을 잃기 전 A군은 울며 "아, 숨!"이라고 외쳤다.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 받은 성씨는 항소심에서 "살인 의도가 없었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자신의 죄책을 한정하는 주장을 펼쳤다. 성씨 측은 "정말 살인하려 했다면 친자녀들을 가방에 오르게 하는 등 범행에 가담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라 하더라도 중범죄"라고 전제한 뒤 "아동학대치사라면 친자녀를 가담시킨다는 식의 말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일축했다. 설령 친자녀들의 범행 고의를 따져볼 정황이 있었다 할지라도, 이 사건의 피고인 고의와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친자녀에게 지시할 수 있는 위치"라며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상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징역 22년의 원심을 파기하고 29일 항소심에서 25년형을 선고하며 "우리 사회는 이 사건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며 "재판부 구성원 역시 시민으로서 사건을 검토하는 내내 괴로웠으나, 죄형법정주의 등 법 원칙을 지켜야 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고민 또 고민하면서 (형량 등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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