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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송금 넘어 플랫폼 구현…이더리움 '블록체인계 스마트폰'으로 날다

'스마트콘트랙트' 시스템 탑재

게임·금융거래 등 기능 다양화

선물 상품·경매 시장에도 진출

월가 "ETH 1만弗까지 오를것"

"해킹 이슈…낙관 금물" 지적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들이 이더리움(ETH)을 ‘디지털 원유’에 비유하는 것은 이더리움의 높은 개방성과 활용성 때문이다. 형님 격인 비트코인과는 블록체인 기술이 빚어낸 암호화폐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활용도 측면에서는 결제·송금 기능에 머무르고 있는 형님을 능가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유처럼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고 대체 투자자산으로서도 가치가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원유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듯이 디지털 시대에는 이더리움이 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암호화페 이더리움을 이해하려면 블록체인 플랫폼을 뜻하는 같은 이름의 ‘이더리움’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여러 분야에 접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한 기술이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을 최초로 구현한 ‘1세대 블록체인’이라면 이더리움은 ‘2세대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암호화폐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플랫폼 이더리움에서 사용되는 통화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비트코인과 달리 게임·금융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은 비트코인을 계산기에, 이더리움을 ‘스마트폰’에 비유하기도 했다. 계산기가 계산 기능에만 충실한 것처럼 비트코인이 결제·송금 기능에 한정돼 있다면 이더리움은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구동시킬 수 있는 플랫폼에 가깝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계산은 물론이고 음악 듣기, 웹 브라우저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이더리움 위에 무궁무진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더리움 플랫폼에서 이용되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디지털 원유에 비유하는 것이다.



이더리움은 ‘스마트콘트랙트’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블록체인에 접목시키면서 기능적으로 볼때 비트코인보다 높게 평가받는다. 스마트콘트랙트는 계약 당사자 간 사전에 합의된 내용을 프로그래밍해 전자 계약을 체결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자판기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자판기에 금액을 넣고 음료수를 선택하면 자판기는 사용자가 투입한 금액이 해당 음료수 가격과 동일하거나 많으면 선택한 음료수와 잔돈을 내놓는다. 미리 입력된 조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반대로 음료수 가격보다 적은 금액을 넣으면, 즉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은 이행되지 않는다. 이러한 스마트콘트랙트를 이용해 개발자는 게임·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금융 등 다양한 기능이 담긴 디앱(DApp·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콘트랙트 기능을 탑재한 이더리움은 초기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개발자들이 디앱 시장에 뛰어 들었다. 최초로 출시된 디앱은 지난 2017년 12월 나온 게임 크립토키티다. 이용자가 자신만의 고양이를 키우고 다른 고양이와 교배시켜 게임상에서 단 하나뿐인 고양이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고양이의 매력도·희소성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암호화폐로 고양이를 거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예측 시장 플랫폼 오거 등 여러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큰 히트를 칠 만한 ‘킬러 콘텐츠’가 나오지 못하면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이더리움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메이커다오·컴파운드·아베·유니스와프 등 대다수 디파이 서비스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다. 스마트콘트랙트를 활용해 제3의 중개자 없이도 개인 간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앱 전문 포털 디앱닷컴 자료에 따르면 디파이 시장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대부분이 디파이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이더리움 디파이 디앱 거래량은 57억 달러(6조 3,327억 원)인데 이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체 디앱 거래량의 무려 97.5%에 달하는 수치다.



디파이가 급성장하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디앱닷컴의 2020년 2분기 디앱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394개의 디앱 중 41% 이상인 575개가 이더리움 기반이며 활성 사용자 수는 약 126만 명에 이른다. 디파이에 활용되는 이더리움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스마트콘트랙트)를 이용하면 일종의 수수료인 가스비를 이더리움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디파이가 급성장하자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자산으로서 이더리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선물 상품 거래소 CME그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이더리움 선물을 출시했다. 비트코인 선물에 이어 두 번째 암호화폐 기반 선물 상품이다. 미국의 디지털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인베스트먼트도 2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이더리움 22만 2,757개를 사들였다. 그레이스케일의 이더리움 신탁은 지난해 10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 대상으로도 등록됐다.

뉴욕 월가도 움직이는 모습이다. 활용성과 가치 저장 수단을 동시에 지닌 이더리움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그라이더 펀드스트랫 전략가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가 인기를 끌면서 이더리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향후 1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적 주장을 펼쳤다.

이더리움을 채굴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엔비디아에서는 아예 이더리움 채굴용 새 반도체 암호화폐채굴프로세서(CMP)를 다음 달 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술품 시장에서도 이더리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소더비와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크리스티는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예술품을 경매에 올렸다. 크리스티에서 NFT가 경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경매를 진행한다. 이 경매에서 이더리움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경매를 맡은 노아 데이비스는 이 소식을 전하며 “암호화폐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확고한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더리움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더리움의 활용성이 높다 보니 일시에 플랫폼에 사용자들이 몰리면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스마트콘트랙트를 활용하면 실물 자산 유동화, 금융 상품 설계 등 누구나 코드를 자유롭게 짜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지만 해킹과 같은 보안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 높은 수수료도 문제다.

이더리움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플랫폼 사용자가 적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이더리움이 장점인 개방성과 활용성을 내세울수록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정순형 온더 대표는“이더리움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 보니 이더리움의 거래 처리량이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 차이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온더는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키워주는 프로젝트 토카막 네트워크를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진행 중인 ‘이더리움2.0 업그레이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더리움을 앱을 담는 그릇이라고 본다면 (업그레이드는) 그릇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 살 집은 적고 인구는 많아서 임대료가 높듯이 그간 이더리움이 포용할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는데 수요가 많아 비싼 수수료를 냈다”며 “업그레드가 완료되면 아우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더리움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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