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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대학 여름방학, 중간학기로 활용해야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AI 등 미래산업 학습 중요해지는데

대학가 여름을 공백 시간으로 방치

혁신융합 콘텐츠·인턴십 등 제공

학점 벗어나 '도전의 기간' 만들어야





대학의 여름은 단조롭고 조용하다. 연구실에 출근하는 일부 대학원생과 계절 수업을 수강하는 소수의 학생만 캠퍼스를 찾을 뿐 대부분의 강의실은 텅 비어 있다.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이는 학생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정규 학기 기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학이 학생들을 그냥 방치한 탓이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평생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는 세대를 앞에 두고 대학들이 여름을 공백의 시간으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이 이처럼 여름을 방치하는 동안 학생들은 각자 학원 수강,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등으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다. 많은 학생들은 여름방학에 대해 ‘시작 전에는 그립고 막상 그 기간에는 지겨우며 끝나면 아쉬운 시기’라고 말한다.

한국 대학의 여름방학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 학생들이 해외 인턴십이나 단기 어학연수를 가려 해도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방학의 시작과 기간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다. 교수들도 해외 연구실과 협업을 하려면 겨울방학은 그쪽보다 길고 여름방학은 짧아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둘째, 여름방학이 의미 있는 학습 기간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 교육의 문제는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의 함양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데이터사이언스 등 새로운 분야의 수요는 날로 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는 이와 관련한 수업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학생들은 사설 학원이나 온라인 동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한 학기를 15주로 줄이고 올해부터 1학기 개강 시기를 한 주 앞당김으로써 여름방학 기간을 2주 정도 늘렸다. 여름방학을 쉬는 기간이 아닌 자기 계발과 발전을 위한 투자의 시기로 정의하고 ‘도전학기’라 이름지었다.



2020년 도전학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블록체인·AI·머신러닝 관련 과목을 무료로 개설했다. 아울러 인문 교양의 기초를 단단히 할 수 있는 다양한 인문학 과목도 제공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외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강좌도 열었다. 이처럼 ‘혁신융합’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된 교과·비교과·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5,500여 명에 이르렀다.

도전학기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학생이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우리가 택한 전략은 학생들이 학점 부담에서 벗어나 원하는 내용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정규 학기의 연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있었고 꽤 많은 비교과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예를 들자면 간단한 프로그래밍 지식을 활용해 ‘챗봇’을 만드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이 부담 없이 AI를 접해볼 수 있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계획했던 인턴십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올해는 온라인 인턴십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재학 기간에 다양한 인턴십과 코업(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워털루대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코로나19가 끝나면 학생들이 원하는 시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희망하는 분야의 인턴십과 연구 프로그램, 지역사회 프로젝트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방치 상태인 대학가 여름방학을 중간 학기로 활용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 기간을 조율해 개학을 앞당기는 등 학사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면 대학들이 여름방학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학습이 꽃피는 중간 학기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의 채용 트렌드가 수시 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직무 수행 능력을 보고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교육의 혁신을 요구한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 현장에 적용해보고 실무 능력도 신장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름방학을 중간 학기로 만들어 학생들이 원하는 학습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하나의 답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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