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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반발에 토지보상도 난항…'청약 난민' 속출할 수도

■ 3만가구 사전청약…과제 산더미

LH 사태로 신뢰도 추락…사업 늦어지면 당첨돼도 셋집 전전

물량 적은데 자격 기준은 낮춰 '로또 청약·희망 고문' 우려

전체 절반이 신혼 몫…역차별 논란 속 집값 안정 효과도 의문





“토지 보상도 힘들 것 같은데 사전 청약을 믿고 ‘희망 고문’에 매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는데다 이번 정권 막바지에 추진하는 사전 청약이다 보니 솔직히 걱정됩니다.”(30대 직장인 A 씨)

정부가 3기 신도시 9,400가구를 포함한 올해 사전 청약 물량 3만 200가구를 확정·발표하자 시장에서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 시장 불안에 떨고 있는 수도권 청약 대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기존 청사진대로 일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과거 보금자리 사태 때 불거진 ‘청약 난민’ 상황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지자체 반발에 공공 신뢰 추락…‘청약 난민’ 속출 우려=21일 정부가 발표한 사전 청약 물량을 보면 3기 신도시의 핵심 지역인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은 모두 빠졌다. 당초 정부가 공급 후보지로 지목했던 경기 과천과 서울 노량진, 남태령 군부지 등도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조기 사전 청약 하기에 일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천 등 지자체들이 일방적인 공공택지 지정에 반발하자 급하게 다른 지역을 끼워 맞춘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토지 보상 절차가 순탄하지 않을 경우 전반적인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와의 협상만으로도 정상 추진이 쉽지 않은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로 토지 소유자와의 보상 협상마저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3기 신도시 중 토지 보상이 가장 많이 진행된 하남 교산(56%)과 인천 계양(52%)조차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전 청약 전 대부분 보상이 완료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LH 상황과 관련해 (보상 절차를) 연기해달라는 지역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사전 청약을 받고도 본청약 일정이 지연돼 오도 가도 못하는 ‘청약 난민’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전 청약에 당첨돼도 실제 본청약까지는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본청약이 예정대로 1~2년 내에 진행되면 문제가 없지만 토지 보상 등에서 발목이 잡히면 전체 사업 일정도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어 전세를 전전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추진 당시 사전 청약 후 본청약이 크게 지연되면서 상당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당첨자 1만 3,398명 중 실제 청약 계약을 맺은 이는 5,512명(41.1%)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2년 12월 사전 청약을 진행한 하남 감일지구(B1)의 경우 7년이 지난 2019년에야 본청약이 이뤄졌다.



◇결국 ‘로또 청약’…집값 안정 효과 ‘글쎄’=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누적된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세의 70~80% 수준에 공급된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사전 청약에서 자격 기준을 완화해 대상자를 늘리다 보니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져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수요자들이 경쟁률이 희박한 ‘로또 청약’에만 매달리면서 희망 고문에 시달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전 청약에서 본청약과 자격을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면서도 거주자 우선공급의 경우 현재 거주 중이면 거주 기간을 충족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상 자격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로또 청약’ 경쟁이 촉발되면 여기서 탈락한 청약 대기 수요 중 상당수는 결국 매매 수요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주택 매매 가격이 더욱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사전 청약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청약 전부터 탈락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사전 청약 결과에 실망한 수요로 인해 매매·전세 시장이 모두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30세대 수요에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니 신혼희망타운 물량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사전 청약 물량 3만여 가구 중 1만 4,000가구를 신혼희망타운 물량으로 책정했다. 혼인 기간 7년 내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정이 대상이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의 수요를 감안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대 70%를 허용하는 전용 금융 상품도 마련했다. 신혼희망타운이 늘어난 만큼 일반 공급분이 줄면서 무주택 기간이 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역차별’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20~40대의 사전 청약 수요가 많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40대 이상은 일반 물량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 공급 대책 추진을 위해 로드맵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겠지만 대기 수요로 인한 ‘계속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전세 난민 양산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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