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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 눈치 보다 노동개혁 첫발도 못떼..."고용 유연화부터 시작해야"

■文정부 남은 1년 이것만은 바꾸자-친노동

경영·노동 모두 외면 노동정책

마지막 임기 '개혁 드라이브'를

노사 합의로 최악 실업 극복한

獨 '하르츠 개혁'식 논의도 필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근로자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며 이동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노동절 메시지에서 “코로나 위기가 노동 개혁을 미룰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를 나누며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라며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마음으로 고용 회복과 고용 안전망 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친(親)노동정책을 남은 임기 기간에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노동 개혁의 핵심인 고용 유연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같은 노동 개혁을 언급했지만 경영계와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대통령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노동계에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친노(親勞) 정부였다. 최저임금은 4년간 34.8% 올렸고 소상공인들의 반대에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행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친노동법도 제정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불만이 쌓이면서 정작 필요한 노동 개혁은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노동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됐다.

통계청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노총 등 기득권 정규직 근로자에 몰두한 결과 노동시장의 약자를 위한 제도 개선은 오히려 후퇴했다”며 “친노동자 정부도 아닌 친노동조합 정부로 노동 개혁은 흔적도 찾기 어려워 낙제점을 주기도 아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기업은 위기인데…언제까지 ‘쉬운 해고’ 논란만=역대 정부에서 고용 유연성 제고는 ‘쉬운 해고’라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 유연성 제고는 기업의 생존과 근로자들의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용 유연성이 제고되면 기업들은 경기 상황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층의 고용 여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노동계의 현실은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노사정이 마주 앉아 노동 현안을 풀어내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파업이나 쟁의로 인한 근로자 1,000명당 노동 손실 연평균 일수(2008~2018년)는 41.8일로 일본의 172.4배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노사 협력 수준을 평가한 결과(2019년 기준) 141개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은 130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해고도 어렵지만 퇴사자가 다른 기업에 재취업하기도 어렵다”며 “고용 유연성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근로자 보호만 강화하면 기업은 오히려 고용을 기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화되는 사회 안전망…친노 정부가 노동 개혁 난제 풀어야=고용 유연성 제고의 성공 요건은 정부가 부당한 해고를 막을 의지와 역량을 갖췄는지 여부다. 사회 안전망이 너무 느슨하거나 친기업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설계되면 고용 유연성 제고의 역기능이 더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노동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 유연성을 제고해 노사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고용·의료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한 지출을 대폭 늘리고 제도를 강화해왔다. 이제 남은 1년이라도 용기 있게 노동계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노동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는 (남은 1년동안) 노동 개혁에 대한 타협 선을 어떻게 찾을지 밑그림을 그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병자였던 독일…하르츠 개혁으로 실업 극복=독일은 1990년대까지 20%대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유럽의 병자’로 조롱받았다. 하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난해 독일의 실업률은 6%대 수준까지 감소했다.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파견 기간 상한(2년)을 폐지하고 해고제한법을 적용하지 않는 사업장의 근로자 기준을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 다시 20인 이하까지 늘리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다.

해외 선진국들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을 안정시켜왔다. 덴마크는 매년 전체 근로자의 25%까지 해고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직 활동을 돕고 실업자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꾀한 점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노조의 일방적인 대응은 장기적으로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켜 구조 조정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며 “노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과 직장 점거 금지와 같은 노사가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방진혁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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