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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인 ‘코인런' 오나...은행 “암호화폐 수 많은 거래소에 불이익"

은행연합회, 금융권에 지침 전달

해외보다 알트코인 개수 많아

자금 세탁·투자자 보호에 취약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95%…옥석 가리기 본격화할 듯

서울 빗썸 강남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은행권이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실명 인증 계좌 제휴 때 거래되는 암호화폐 개수가 많으면 불리하게 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은행과 제휴해야 올 9월 이후에도 영업할 수 있기 때문에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이른바 ‘잡코인’을 대규모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알트코인 거래액 비중이 90% 이상이라 잡코인 가격 급락에 따른 코인 투매 현상인 ‘코인런’ 등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내용의 암호화폐거래소 자금세탁방지위험평가방법론 지침을 마련해 시중은행에 전달했다. 은행은 이를 참고해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하려는 암호화폐거래소뿐 아니라 이미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한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평가를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지침 중 ‘거래소 취급 코인의 위험성 평가’ 항목을 주목하고 있다. 세부 항목으로 취급하는 암호화폐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거래소 평가에 불리하게 적용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연합회 지침을 그대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며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거래소 신고 수리와 관련해 깐깐한 심사를 예고해 은행들은 이 지침을 거래소와의 실명 인증 계좌 제휴 때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잡코인의 도미노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업비트에서 취급하는 암호화폐는 178개, 빗썸은 177개, 코인원은 168개, 코빗은 35개로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프로(63개), 일본의 비트플라이어(5개)에 비해 훨씬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비트코인 외의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이 많아 상장폐지가 잇따를 경우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업비트에서 9일 오후 2시 현재 과거 24시간 동안 거래된 암호화폐를 보면 비트코인의 비중은 4.3%인 반면 알트코인은 95.7%에 달했다.



은행연합회가 은행의 거래소 실명 인증 계좌 평가 때 암호화폐 개수를 평가하는 항목을 둔 것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아 자금 세탁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의 경우 대부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복제해 만들어지는데 암호화폐의 용도, 기술적 배경, 발행량 등을 담은 백서조차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시세 조작, 허위 공시 등 각종 불법행위에 노출돼 있다. 특히 자금 세탁에도 활용돼 은행 입장에서는 실명 계좌를 개설해줬다가 동반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난립한 암호화폐 옥석 가리기 시작=현재 은행과 실명 인증 계좌 제휴를 맺은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 중 코빗을 제외한 업비트·빗썸·코인원에는 150개가 넘는 코인이 상장돼 있다. 거래소가 암호화폐 상장 시 나름의 잣대로 심사를 한다지만 통일된 규정이 없어 빈틈도 많다. 국내 중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거래되는 코인 중에는 ‘굳이’ 이 프로젝트에 블록체인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운 것들이 있긴 하다”며 “거래소마다 상장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규모만 따져 잡코인을 걸러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100개도 채 안 되는 코인을 취급하는 외국 거래소와 단순 비교하기보다 개별 코인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암호화폐를 걸러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잡코인 도미노 폐지 땐 투자자 피해 불 보듯=은행연합회의 지침이 거래소에 실제로 적용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보다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지난 8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 거래된 암호화폐 거래액 중 비트코인은 9억 338만 달러(약 1조 122억 원)로 전체의 4.26%에 그쳤다. 반면 알트코인은 203억 762만 달러(약 22조 7,547억 원)에 달했다. 같은 시각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코인베이스프로에서는 비트코인이 10억 2,222만 달러(약 1조 1,454억 원)로 거래액 비중이 전체의 14.8%를 차지했다.

업비트에서의 24시간 알트코인 거래 비중을 보면 도지코인 28.5%, 이더리움 클래식 15.74%, 이더리움 9.39%, 퀀텀 7.49%, 리플 3.68% 등이었다. 물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지코인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거래되는 암호화폐는 변동이 없겠지만 그 외의 것들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업비트에서만 굵직한 알트코인 외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100여 개의 암호화폐가 하루에 적게는 수십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 달러어치씩 거래되고 있다.

◇“코인 거래용 계좌 왜 안 만들어줘” 은행원도 고충↑=암호화폐거래소의 자금 세탁 방지 평가를 앞두고 은행 또한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거래소와 제휴해 실명 계좌를 발급하는 은행에서는 코인 거래 목적의 계좌 개설을 요구하는 고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통에 힘들다는 은행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18년 금융 당국의 지침에 따라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용도로는 신규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지침에도 거래소와 제휴를 맺었으니 무조건 계좌를 개설해달라는 고객부터 거짓으로 월급통장용이라고 한 뒤 나중에 코인 거래용임을 실토하는 고객 등 때문에 은행원의 고충이 크다는 것이다.

A은행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제휴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상당하고 향후 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수익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자금 세탁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모두 커져 은행에 입장을 정해달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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